[인사이드 스토리] 사우디아라비아 실력자들 '서울 총집결'

● 세계 최대 석유업체 아람코, 한국서 이사회

국내 원유 30% 이상 공급…에쓰오일의 최대주주
아람코 총재·석유장관 등 참석…'원전·신재생 신도시' 건설, 국내기업 투자 유치 '촉각'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실력자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자원장관,이브라힘 알 아사프 재무장관,압둘 라만 알 투와즈리 최고경제회의(SEC) 사무총장 겸 금융감독기구 의장,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총재,칼리드 알 술탄 킹파드 석유광물대 총장 등이 25일 전세기편으로 입국했다. 글로벌 석유시장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는 사우디 왕족과 정부 고위 관료들이 동시에 한국을 찾은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들이 한꺼번에 방한한 이유는 뭘까.

공식적인 목적은 오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람코 정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아람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알 아사프 재무장관,알 투와즈리 사무총장,알 팔리 총재는 이사회 멤버다. 이들 외에도 11명의 이사회 멤버 대부분이 서울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람코는 세계 각지를 돌며 이사회를 개최하는데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기로 했지만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중국에서 이사회를 가졌다.

이와 관련,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람코 이사회 멤버들 사이에 석유 자원 없이도 빠르게 발전한 한국을 벤치마킹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와 함께 한국 기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타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는 최근 원자력을 포함한 대체에너지 수급에 관심이 많다. 알 팔리 총재와 알 나이미 석유장관 등이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알 팔리 총재는 2009년 12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특강을 했고,알 나이미 장관은 2008년 서울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사회 서울 개최에는 이런 인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3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 자회사인 에쓰오일의 경영성과가 좋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확실한 원유 수요처인 데다 매년 투자 수익을 안겨주는 복덩어리다. 에쓰오일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은 지난해 994억원,2009년 537억원,2008년 1988억원 등 최근 3년 동안만 3519억원에 달한다.

알 팔리 총재는 26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서울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사우디 아람코와 한국의 상호 이익,기회 공유,그리고 지속적 동반관계'를 주제로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아람코 측은 별도로 반얀트리서울호텔에 사업 내용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63㎢ 규모의 원전 · 신재생에너지 신도시인 '킹 압둘라 시티(KACARE)' 건설을 추진 중인 만큼 국내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알 팔리 총재 등의 방한 목적이 이사회 참석인 만큼 공식 면담 일정은 잡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비공식 만찬을 25일 저녁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알 팔리 총재 등은 28일 이사회가 끝나는 대로 전세기 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아람코는 원유 생산량이 연간 34억배럴에 이르는 거대 석유기업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의 30% 이상을 공급한다.

김수언/김동욱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