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동반성장] (3) "스마트TV 폭 5㎜로" 삼성, 신흥정밀에 SOS…석달 만에 성과
입력
수정
(3) 상생의 글로벌 클러스터작년 말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스마트 3D TV 개발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설계팀은 새로운 스마트 TV의 차별화 포인트를 '폭 5㎜의 얇은 베젤(TV 외곽 테두리)'로 잡았지만 현장에선 설계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팀은 기존 베젤(폭 28㎜)의 폭을 6분의 1로 줄이면서 플라스틱 소재 대신 광택이 나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40년 협력, 1등 제품 만들다
연구인력까지 파견 지원…美·유럽시장 점유율 톱으로
최종 개발시한은 올해 3월.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마트TV 출시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삼성전자 VD사업부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프레스 · 사출업체인 신흥정밀에 'SOS'를 쳤다. 1968년 정규형 회장이 세운 신흥정밀은 TV 내 · 외부에 쓰이는 금속 프레스물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오랜 협력사.윤종용 전 부회장이 구매팀 과장이던 때인 1972년부터 39년째 삼성전자와 거래해 왔다. 오랜 신뢰가 뒷받침된 것일까. 작년 12월 삼성전자 VD사업부는 박사급 연구인력 15명을 신흥정밀에 급파했다.
삼성전자와 신흥정밀 연합팀은 스테인리스스틸의 강도를 높이는 연구부터 시작했다. 폭 5㎜의 사각형 테두리를 만들어도 휘어지거나 변형되지 않게 하는 작업이었다. 밤샘작업을 밥먹듯하기를 3개월.마침내 연합팀은 스마트TV 설계도면에 딱 맞는 스테인리스스틸 베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유럽 · 미국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삼성전자 스마트 3D TV는 이렇게 탄생했다.
스마트 3D TV의 성공에 신흥정밀도 신바람이 났다. 삼성전자 스마트 3D TV용 베젤은 이 회사 안성공장에서 전량 만든다. 월 생산량은 15만개.정순상 신흥정밀 부회장은"삼성전자와 함께한 39년간 직원 수는 초창기 100명에서 1만2600명,매출은 3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고 흐뭇해했다.
신흥정밀과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LG전자와 30년 넘게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신성화학이다. 이 회사는 1981년부터 LG전자에 오디오,홈시어터 등 AV부품을 공급하면서 인연을 맺은 협력사.LG전자는 루자공장을 독립국가연합(CIS)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 신성화학 등 7개 협력사에 동반 진출을 제안했다. 그런데 협력사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공장을 지을 엄두를 못 냈다. 신성화학도 마찬가지.그 때 LG전자가 '땅과 공장건물을 마련해줄 테니 현지에 들어와 부품만 공급해달라'는 파격적 제안을 해왔다. 31년 협력관계를 쌓아온 신성화학에 대한 배려였다. 협업의 성과는 컸다. LG전자는 CIS시장에서 냉장고 점유율을 2008년 9.6%에서 11.5%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세탁기 점유율도 12.2%에서 15.7%로 높였다. 진출 5년 만에 2~3위권으로 올라선 것이다. 신성화학도 러시아 공장에서 2006년 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것에서 작년엔 2700만달러(2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