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만 걷으면 통일 준비가 끝난다는 건가

통일부가 통일에 대비해 1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든다고 한다. 세금 아닌 채권 발행과 정부의 세계잉여금,남북협력기금 불용액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통일부는 기금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남북공동체 기반조성 방안을 상반기까지 확정해 올 정기국회에서 필요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8 · 15 경축사에서 언급했던 통일세와 3단계 공동체 구상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일부의 방안이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는 점이다. 화급한 것은 통일을 전후한 때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책이다. 통일부는 10년 또는 30년 후에 통일되는 것을 전제로 돈 걷을 궁리만 하고 있을 뿐 정작 필요한 세밀한 대책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남북간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도 포함은 돼있지만 그동안의 움직임을 보면 돈 걷는 외엔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북한 정권이 무너진다고 통일과 통합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며 북한 군인에 대한 재학습과 취업대책 등 시급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고살 문제는 과연 대책이 있으며 사회정보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도 않은 것 같다. 이런 일들에 얼마나 연구와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통일을 왜 하고,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것이다. 돈은 나중에라도 걷으면 그만이다. 돈부터 걷어 통일준비가 끝난다고 보는 국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