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 美 오택 인수…인도ㆍ중동에 신도시 수출한다

'글로벌 CM' 교두보…7조弗 해외시장 공략
2015년 수주 1조원 달성…'세계 톱10' 목표

건설관리(CM) 전문업체인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62)이 활짝 웃었다.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미국 종합엔지니어링업체 오택(OTAK) 인수식에서다. 국내 건설관리업체가 외국의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를 사들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글로벌은 오택의 기술력과 영업망을 토대로 중동 등에 신도시를 수출해 2015년까지 수주 1조원,매출 8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7조달러 규모의 해외 건설시장에서 한미글로벌과 오택이 손잡고 '건설서비스 광맥'을 캐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도시 수출 교두보 마련

한미글로벌은 이날 지분 60%를 800만달러(86억원)에 확보,오택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1981년 설립된 오택은 미국 오리건주 본사와 미국내 10개 지점,아부다비 해외법인,아랍에미리트(UAE) · 쿠웨이트 · 사우디아라비아 · 이라크 지사 등에 380여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도시계획,도시설계,수처리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갖춘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5560만달러(600억원)로 미국은 물론 아부다비 등 중동 지역에서 신도시 복합시설과 리조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오택 인수를 계기로 미국 유럽 남미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중동 · 아프리카 등 기존 시장의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택의 도시계획 · 설계 능력과 한미글로벌의 CM 노하우를 접목하고 건설 · 정보기술(IT) · 철도 · 의료 · 금융 등의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동과 인도의 신도시 개발 사업이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라크계 미국인인 나자드 오스만 오택 사장을 통해 향후 이라크 복구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국내 CM 분야 선구자

한미글로벌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삼성건설 등을 거친 김 회장이 1996년 6월 설립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으로 건설공사 관리의 문제점이 부각되던 때였다. 건축주로부터 위임받아 기획에서부터 준공 때까지 모든 건설 과정을 관리하는 CM이 필요하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었다.

한미글로벌은 '상암 월드컵경기장' 건설을 통해 건설관리 전문업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주경기장 건립이 무산될 위기를 겪은 뒤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제치고 CM 업체로 선정됐다. 공사 기간이 3년으로 짧아 신생업체가 CM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김 회장은 2001년 말 예정보다 4개월 단축한 33개월 만에 마쳤다. 김 회장은 아직도 상암 월드컵경기장 프로젝트가 국내 CM 시장이 문을 연 상징적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글로벌 1위 CM업체가 목표

김 회장은 글로벌 CM업계 1위가 목표라고 했다. 2015년 수주 1조원,매출 8000억원,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해 CM업계 글로벌 톱10에 들어간다는 '글로벌 2015 비전'을 최근 발표한 데 이어 2025년께 세계 1위 CM회사로 거듭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오택 인수도 글로벌 CM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작업 중 하나다. 30년간 미국과 중동 유럽 등지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오택과 함께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오택의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인도 중국 중동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올해 두 회사의 팀워크를 강화하면 내년부터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65세가 되면 경영권을 사내에서 뽑은 대표이사(CEO)에게 물려주고 사회봉사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겠다"면서도 "세계 최대 CM업체가 될 때까지 한미글로벌의 후견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 CM(건설관리)

construction management.건설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공사 전체를 관리하는 선진화된 건설 서비스다. 건축주 입장을 반영해 사업계획부터 설계 발주 시공 착공까지 원가,공사기간,품질 등을 종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