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대학은 실과 바늘…자금지원은 양쪽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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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영 성균관大ㆍ맥로비 인디애나大 총장 대담
대학 글로벌화 '속도'…학생은 물론 교수도 교류해야
성균관대와 복수학위제도 등 다양한 학술 교류를 맺고 있는 미국 인디애나대의 마이클 맥로비 총장(61)이 지난 20일 방한,'교육과 세계화'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맥로비 총장과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60)은 특강 직후 총장실에서 만나 '글로벌 시대 대학 총장의 역할'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대학 총장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호주 태생인 맥로비 총장은 호주국립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인디애나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7년 총장에 취임했다. 이번 방한이 여섯 번째일 정도로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대학들과의 교류에 관심이 많다. 김 총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경제학부장,한국재정학회 회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총장에 선임됐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장,기획재정부 물가정책자문전문위원회 위원장 등도 맡고 있다.
◆"대학 총장은 CEO 역할 해야"
김 총장과 맥로비 총장은 '대학 총장=기업 CEO'라는 등식에 의견을 같이했다. 김 총장은 "총장이 대학을 운영하는 CEO라는 데 동의한다"며 "기업 못지않게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국제 환경 변화에 맞춰 창조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총장의 CEO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로비 총장은 "예산 관리와 각 사업들의 조율,각종 규제 준수 등에 있어서 총장과 CEO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대학의 중심인 교수는 회사의 중심인 임직원과 달리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총장은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CEO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상업화 우려에 대해 "CEO와 교육자,두 가지가 모순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학의 핵심 기능인 진리탐구가 영리 추구에 가려진다고 보는 것은 이분법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의 본질적인 역할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해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라며 "다만 지나치게 실용성만을 강조해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맥로비 총장은 "대학은 연구 성과는 물론 상업적 이익을 통해서도 산업과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기업은 파트너"
두 총장은 학교발전기금 유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김 총장은 "기업이든 사회단체든 좋은 인재를 길러내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야 대학에 투자하게 된다"며 "대학과 기업은 실과 바늘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나 연구가 기업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산 · 학 협력이나 맞춤형 교육 등을 더욱 확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맥로비 총장은 "기업이 돈을 준다고 대학이 기업에 종속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서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자금의 사용 목적을 지정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대학 글로벌화 노력해야"
맥로비 총장은 "예전에는 미국 학생들이 유럽으로만 유학가려고 했다"며 "하지만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나오면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일하려는 대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대 출신 학생들의 유학 국가 중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모두 10위권 안에 들 정도라고 소개했다. 또 "이제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된 만큼 학생은 물론 교수들도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대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영어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외국어 강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외국 석학들과의 공동 연구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