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오픈 우승…웃음 찾은 김하늘

"그저 그런 선수로 잊혀지는 줄…2년 전 잃어버린 자신감 찾았죠"

2008년 3승 '화려한 루키' 시절
이후 2년 7개월간 '가슴앓이'
올해 3승 이상 상금왕이 목표
"아무리 스윙이 좋아도 자신감이 없으면 소용없어요. "

'미소 천사'로 유명한 김하늘(23 · 비씨카드 · 건국대).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 3승을 거둘 때만 해도 온 세상의 축복이 자신의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주말 현대건설-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 다시 우승컵을 안기까지는 2년7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는 캐디인 아버지를 부둥켜 안고 펑펑 울고 말았다. "처음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어요. 마지막 퍼팅에 성공한 뒤 양손을 번쩍 들고 공을 주우려 하는데 눈물이 흐르더군요. 지난 2년 동안 그저그런 선수로 잊혀지는 것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2년7개월의 부진을 한방에 날렸다는 기쁨의 눈물이었죠."

그동안 마음고생도 컸다. 티샷은 종종 OB가 났고 주위 사람들도 "김하늘은 곧 OB를 칠 거야"라고 평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잃었다.

자신감을 되찾아준 사람은 새 코치인 로빈 사임스였다. 사임스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김하늘을 가르쳤다. 2008년 전성기를 만들어준 주역이었다. 최나연 김송이 등도 그에게 배우고 있다. "외국인이다 보니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의사소통을 하며 내 문제점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기술도 향상됐고 자신감도 회복했죠.더 큰 수확은 모든 것을 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겁니다. 제 자신을 믿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진짜 중요한 거죠."

자신감은 스윙 교정이라는 모험으로 이어졌다. "2월 말부터 한 달반 동안 스윙을 고쳤어요. 스윙을 고치면 공이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꼭 좋아질 거란 믿음을 갖고 연습했어요. 코치도 이렇게 하면 좋아질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지요. "

김하늘은 그동안 스윙할 때 하체의 움직임이 너무 많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스윙을 간결하게 만들었다. 그는 27일 인터뷰 직전에도 스카이72골프장 드림골프레인지에서 어드레스 때 체중이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레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의 기량이 향상된 또 하나의 요소는 필라테스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다가 얼마 전에 필라테스로 바꾸면서 안 쓰던 근육들을 쓸 수 있게 됐어요. 다리가 단단해지고 잔근육이 많이 생기면서 비거리가 늘어났습니다. "

올해 목표는 상금왕이다.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도 상금왕이라는 목표를 밝혔는데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연습 사이클을 조절하면서 노력한다면 올해 3승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