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주춤하는 車·화학, IT·금융株에 밀리나

코스피지수가 그동안 최고치 경신을 이끈 쌍두마차 자동차와 화학주에 덜미를 잡힌 모습이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2230선을 돌파하는 등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했다. 그러나 이후 화학과 자동차 등이 발목을 잡아 한때 하락 반전, 2200선 초반대로 밀려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화학, 자동차주의 하락이 단기 차익실현 등으로 인한 흔들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후 1시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1 포인트(0.09%) 오른 2208.31을 기록 중이다.

자동차주가 속한 운수장비 업종과 화학 업종지수가 모두 2%대 급락하고 있다.기아차는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오버웨이트)'에서 '시장비중(이퀄웨이트)'으로 낮추면서 5% 가까이 빠졌고,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4%대 급락하고 있다. 현대위아, 에스엘, 만도 등 자동차 부품주들도 4∼9%대 떨어지고 있다.

화학주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호남석유가 6% 가까이 급락한 것을 비롯해 LG화학, SK이노베이션, OCI 등이 3∼5%대 약세다.

반면 IT(정보기술), 금융 등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IT 업종지수는 미국 소비자기대지수 호조를 바탕으로 외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려로 소외됐던 은행주들도 반등에 나서 업종시주가 2%대 뛰었다.

건설주들은 정부 지원책 기대로 동반 상승하면서 업종지수가 5%대 급등했다. 증시가 최고치를 재경신하면서 증권업종도 3%대 상승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화학, 자동차 업종의 주도주 지위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전지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수출 호조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공업국의 내구재 소비 때문이며 이는 상당기간 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흥공업국의 내구재 소비 증가는 증시에서 화학, 자동차, 반도체, 기계 업종의 주도주 지위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급등에 따라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지만 탄탄한 실적 전망과 일본 지진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가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인종익 섹터투자자문 대표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주는 시장이 주가수익비율(PER) 보다 낮기 때문에 '오버슈팅'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주도주가 통상 시장평균보다 20∼30%가량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 주가가 30만원대까지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동안 급등한 데 따른 차익실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응 전략에는 다소 수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날 일부 주도주들의 장중 등락에 비춰 높은 변동성이 나타났고, 이번주 현대차, 기아차,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발표를 전후로 단기적인 차익실현 물량 소화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며 "주도주들의 경우 압축 일변도 접근에서 다소 수준을 낮춰 조정시 분할 매수관점을 제시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조선주들에 대해 우선적인 관심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선행지수 반등을 고려하면 주도업종 가운데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중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경기선행지수 반등 초기 국면에서는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강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업종 수익률별로는 증권주 강세가 나타났고, 철강, 운수장비, 기계 업종의 강세가 3개월 연속 이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철강, 운수장비, 기계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 비춰 현재 주도업종이 유지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들 업종 내 중소형주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그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IT와 은행업종 반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지원 애널리스트는 "최근 화학, 자동차 업종으로의 쏠림이 다소 완화되면서 반도체, 은행업종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4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란 신뢰가 강화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화된다면 상대적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아진 반도체, 은행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다음달 D램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은행업종의 경우 저축은행 부실 및 부동산 PF 문제가 주가 부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런 우려가 차차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