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유행 타는 펀드는 금물…저평가 펀드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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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대투證 웰스케어센터 최효종 이사보
운용시스템ㆍ매니저 훌륭한데 수익률 일시 저조한 펀드 많아
수익률 등락 진폭 크지 않고 꾸준히 자금 느는 상품 선택
매매 잦은 매니저는 의심…운용보고서 한번은 정독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나 법인영업부를 빼면 증권사는 자산운용사에 이른바 '갑(甲)'이다. 증권사와 은행이 펀드 판매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객들의 자산 배분과 추천 펀드를 결정하는 펀드리서치 부서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하나대투증권에는 이런 조직으로 웰스케어센터가 있다. 웰스케어센터는 말 그대로 '부'(자산)를 관리해주는 부서다.
이 센터를 이끌고 있는 최효종 이사보(48 · 사진)는 운용업계 사람들에게는 깐깐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 자신이 1994년부터 2009년까지 16년간 펀드매니저와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일해 누구보다 펀드나 펀드매니저의 속성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다. "1994년 하나은행 자금부에서 고유자산을 운용할 때 운이 있었는지 너무 성과가 좋았어요. 성과급 제도가 생긴 첫해 연봉의 절반인 1400만원 정도를 성과급으로 받았죠.대리가 부장보다 어떻게 더 받을 수 있냐고 해 결국은 300만원밖에 못 받았지만요. "최 이사보는 1997년 중앙투자신탁을 시작으로 운용업계에 뛰어든 후 2000년 현대투자신탁,2004년 우리CS자산운용 등을 거쳐 작년 3월 친정인 하나금융지주 계열의 하나대투증권에 합류했다. 그는 "단순히 펀드를 골라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자산 배분 전략과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며 "펀드도 주식처럼 저평가된 걸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평가 펀드는 훌륭한 운용시스템과 펀드매니저를 두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주춤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에게 추천할 펀드를 선정하기에 앞서 펀드매니저와 개별 인터뷰를 거친다.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용자의 생각을 들어보지 않고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 이사보는 펀드 선택시 몇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을 소개했다. 우선 펀드 가입 목적을 명확히 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조금씩 모아 노후에 쓸 돈인지 1~2년 내 쓸 돈인지 미리 정하고 목적과 투자기간에 맞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주식과 마찬가지로 펀드도 '몰빵'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시장 상황에서 잘 나가는 펀드는 이면에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 투자자는 적립식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거액 자산가는 자산 배분에 따라 위험을 줄일 것도 조언했다.
어떤 펀드가 좋은 펀드인지 묻는 질문에도 조목조목 답변했다. 우선 수익률 부침이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가 들쑥날쑥해 어느 때는 선두권을 달리다 금방 최하위로 떨어지는 펀드는 멀리 하라는 얘기다. "펀드가 추구하는 투자철학이 중요합니다. 철학대로 펀드가 설계됐는지,종목을 고를 때 기준에 맞는 프로세스(과정)가 있는지 주의깊게 봐야 합니다. "
펀드 자금 유출입도 체크 항목에 포함시켰다. "5억원이건 10억원이건 적더라도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는 펀드여야 합니다. 돈이 들어오는 펀드는 원하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나가는 펀드는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아야 합니다. " 수익률이 저조하면 환매가 늘고 이는 운용을 힘들게 해 다시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펀드 내 주식 회전율도 언급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자신의 핵심 종목은 오래 들고 가지만 자산의 15% 정도는 사고 팔고 합니다. 하지만 매매가 너무 잦으면 펀드매니저의 능력을 의심해야 합니다. 회전율이 너무 높다는 건 주식을 고르는 데 있어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잦은 거래로 쓸데없는 수수료만 내는 거죠."
최 이사보는 운용보고서를 적어도 한번은 정독할 것을 권했다. 운용보고서를 통해 용어와 친숙해지고 펀드 운용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용보고서 내용 중에서는 특히 포트폴리오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두 달 전 투자종목이 실리긴 하지만 보유 비중이 큰 핵심 종목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펀드 투자 내역도 공개했다. 일단 국내 주식형 펀드에 꾸준히 납입하면서,목돈의 상당 부분을 압축형 펀드에 투자 중이다. 압축형 펀드는 좋은 주가 움직임이 기대되는 20~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공격적인 성향의 상품이다. 또 회사에서는 국내와 해외 투자 비중을 7 대 3정도로 추천하지만 그는 8 대 2로 국내 비중을 높여놨다. 해외 쪽으로는 중국과 원자재 펀드를 들고 있다. "올해는 채권형 펀드는 잘 쳐다보지 않을 작정입니다. 증시 조정기에 일시적으로 가입할 순 있겠지만 1년짜리 채권형 펀드에 들어갈 때는 아닙니다. 채권형은 단기로 짧게,주식형은 길게 가져갈 때입니다. "그는 친구들 모임에 가면 인기를 실감한다.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이 건강과 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의사 친구를 만나 속 안 좋은 얘기를 하듯 최 이사보를 보면 이 펀드 저 펀드 줄줄이 질문이 들어온다. 이런 친구들에게 늘 당부를 하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주식을 '묻지마 투자'하면 망하는 거 알지? 펀드도 패션(유행)따라 하면 쪽박 찬다니까…."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