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인정한 버핏 "소콜 내부거래는 용서 못한다"

벅셔해서웨이 주총 "후계자 화살처럼 곧아야"
"금값 이미 오를대로 올라 추격매수는 어리석은 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후계자로 꼽혔던 데이비드 소콜의 부당 주식 거래 혐의와 관련,자신의 실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버핏이 소콜 문제와 관련,직접 실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콜과 대화 거부한 버핏버핏은 이날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콜의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 "소콜이 1월 루브리졸 인수를 제안하면서 지분 보유 사실을 언급했을 때 구체적인 매입 시점을 묻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답했다. 버핏이 소콜의 주식 매입 시점(루브리졸 인수 추천 1주일 전)을 안 것은 3월 벅셔해서웨이가 루브리졸 인수를 결정한 이후다.

버핏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소콜의 행동은 납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소콜의 주식 매입이 회사 내부거래 규칙과 윤리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최근 벅셔해서웨이 감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소콜은 자신의 루브리졸 주식 매입에 대해 버핏에게 불완전 공개를 했고 1000만달러어치 주식을 매입한 후 버핏에게 루브리졸을 인수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콜의 루브리졸 지분 가치는 벅셔해서웨이의 인수 효과로 300만달러가량 늘어났다.

버핏은 주총 직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소콜이 사임 후 두 차례 전화를 걸어왔지만 내가 짧게 끊어버렸다"며 "난 소콜에게 '통화 기록을 나중에 누군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전화로 얘기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버핏은 3월30일 소콜의 사임이 발표될 당시 "소콜의 (루브리졸) 주식 매입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콜 문제와 함께 올해 80세인 버핏의 후계자 문제도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는 후계자를 묻는 질문에 "내 뒤를 이을 후계자는 화살처럼 곧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상품 · 미 달러 보다 기술주 투자해야

투자 전략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버핏은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먼저 자신은 금과 석유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상품이나 미 달러 등 통화에 투기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우량 기업 등 생산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버핏은 "쓸모도 없고 명목가격이 사상최고에 달한 금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경험상 그런 식으로 부자가 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동석한 찰리 멍거 부회장도 "세상이 지옥을 향할 때만 값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건 이상한 짓"이라고 거들었다. 버핏은 50년 더 산다면 어떤 기업에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엔 기술주와 에너지주를 꼽았다. 그는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미 달러화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2개의 중형 회사 인수를 검토 중으로 각각 90억달러 정도를 현금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두고는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의회가 역사적으로 가장 터무니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달러화로 국채를 발행하는 한 재정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보유 현금을 대부분 미국 국채에 묻어뒀다고 전했다. 국채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에 대해선 "사회가 필요에 의해 (대기업 또는 대형 금융사를)구제해야 한다면 해당 기업의 CEO 등 최고경영진을 무일푼으로 만들 정도의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벌 사업구조가 외면당하고 있는 추세지만 현명한 구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벅셔해서웨이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억달러에 불과했다. 일본 지진 여파로 보험부문에서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