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절삭공구·바이오 대표가 머리 맞댄 이유는

인천무역상사협의회, 이업종간 교류로 시너지 창출
수출증대 아이디어·경험 공유
회원사 공장방문…벤치마킹도

연간 1억달러어치의 절삭공구를 75개국에 수출하는 와이지원 송호근 대표는 일벌레로 유명하다. 팩스나 이메일도 직접 작성하고 해외 출장 중에 바이어와의 상담은 물론 차도 직접 몬다. 평일에 업무를 보기 위해 출국과 입국은 주로 주말 항공편을 이용할 정도다. 촌각을 아껴쓰는 그는 회사일 말고는 어떤 대외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관여하는 모임이 있다. 바로 인천무역상사협의회다. 그는 1999년부터 이 협의회 회장을 맡아 12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다. 왜 그렇게 애착을 갖는 것일까.

모임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자.밸브류를 40여개국에 수출하는 유니락의 유명호 대표(인천벤처기업협회장)를 비롯 국내 간판급 금형업체인 재영솔루텍의 김학권 대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50여개국으로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를 수출하는 우진세렉스의 김익환 대표,'하늘을 나는 배'와 '접는 서핑 보드' 등 아이디어 제품을 수출하는 우성아이비의 이희재 대표,GE 등에 금속부품을 수출하는 동양다이캐스팅의 오경택 대표,금속양식기 업체인 창신금속의 박창수 대표 등이 회원이다. 액세서리 수출 강자인 뷰티프로모션즈의 황용범 대표와 산업용 릴을 수십개국으로 수출하는 3국산업의 오현규 대표,여성의 섬세함과 미적 감각으로 주방용 싱크를 생산해 중동 · 아프리카 시장을 10년 이상 누벼온 코리나의 남미란 대표도 회원이다.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굳히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여기에 연 1억달러 이상의 카지노용 모니터 수출에 이어 산업용 · 의료용 첨단 고부가 모니터 시장을 개척하는 코텍의 이한구 대표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대표가 최근 가세했다. 회원은 모두 49명.

누구보다 바쁜 이들 중견 · 중소 기업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수출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와 경험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이업종교류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들어있다. 우성아이비가 최근 '접는 서핑보드'를 개발한 것은 회원사인 경인과 지속적인 공동 협의와 연구 · 개발을 통해 새로운 직물을 개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회원사 대표들이 와이지원의 중국 칭다오 공장을 방문해 중국 진출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파악했고 우진세렉스를 비롯해 회원사들의 공장을 방문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분기별로 정기 모임을 갖고 현안이 있을 땐 번개모임을 갖는 이들은 지난 3월22일엔 인천 송도의 셀트리온에서 모여 바이오산업의 전망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송호근 회장의 리더십과 협의회 간사인 배상필 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장의 발로 뛰는 노력에 힘입은 것이다. 오경택 동양다이캐스팅 대표는 "송 회장의 부드럽지만 강력한 리더십과 배 본부장의 무역 애로해결 노력에 힘입어 중견 · 중소 기업인들이 마음을 열고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 전에도 이 협의회가 있었지만 최근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수출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라며 "수출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인 중 일부는 기술력있는 일본 업체의 인수 · 합병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아예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적인 무역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이들의 얼굴에서 역력히 나타난다.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