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술, 적자내던 LED 투자 5년만에 수익 10배 이상 '대박'

벤처캐피탈協, 성공사례 발표
현대기술투자가 2006년 적자투성이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주변에서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당시 현대기술투자가 베팅한 회사는 LED(발광다이오드)용 단결정 사파이어 잉곳 제조회사인 사파이어테크놀로지로 2005년 3억원의 적자를 냈고 2006년에도 적자 3억원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매출은 23억원에 불과했다. 현대기술투자는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력이 당시 세계 정상권 업체인 미국의 루비콘,러시아의 모노크리스털에 비해 우수하다고 판단했고 LED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고 예측했다. 이후 사파이어테크놀로지가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자 현대기술투자는 망설임 없이 15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현대기술투자의 눈은 정확했다.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 755억원,영업이익 453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이 부문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현대기술투자가 25억원을 투자해 벌어들인 돈은 260억원에 달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2일 이 같은 현대기술투자의 사파이어테크놀로지 투자 사례를 포함해 지난해 대표적인 벤처투자 성공사례 5건을 발표했다. 모린스와 멜파스,사파이어테크놀로지,실리콘웍스,크루셜텍 등이 주인공이다. 터치스크린,LED 등 모두 최근 폭발적 성장을 보이는 차세대 모바일,디스플레이 기술 업체들이다.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한 3~4년 전에는 적자투성이거나 영업이익이 10억원 미만일 정도로 영세했지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의 잠재성이 컸다는 점도 이들의 한결같은 특징이다.

파트너스벤처캐피탈이 2007년 잇단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모린스에 투자한 것도 휴대폰 터치스크린 부문 기술력과 시장의 잠재성을 눈여겨본 것이다. 모린스는 2009년 매출 867억원,영업이익 145억원을 거뒀고 35억원을 투자한 파트너스는 지난해 110억원을 회수했다. 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투자 성공을 위해서는 이처럼 현재 재무제표보다는 세계시장을 웅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는지,시장이 가진 잠재력은 충분한지를 봐야하며 무엇보다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