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불똥 튈라"…이통사의 '好실적 고민'

1분기 이익 크게 늘어나지만 IFRS 따른 장부상 증가일 뿐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SK텔레콤,KT 등 통신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부터 모든 상장사 실적발표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무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통신사들의 1분기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정유업계가 정부의 압력으로 기어이 기름값을 내렸던 상황이 통신업계에도 그대로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늘어나는 이익이 실제 현금이 아닌 장부상의 증가라는 데 있다. IFRS가 기존 회계기준인 K-GAAP(한국 기업회계기준)와 다른 점은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가 된다는 점 △영업권 상각 의무가 소멸된다는 점 △자산의 시가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사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감가상각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IFRS 도입으로 감가상각방식은 올 1분기 실적발표부터 정율법에서 정액법으로 변경된다. 통신업체들은 매년 대규모로 네트워크 설비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감가상각비는 비용 항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기준 SK텔레콤의 통신기계장치의 자산가치는 14조원에 달하며 매년 잔존가치의 36.7%씩 감가상각을 하는 기존 방식에 따르면 올해 연간 3000억원 정도의 감가상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이 매년 일정한 액수를 감가상각하는 정액법으로 바뀌면 약 2000억원으로 조정되고 감가상각비가 줄어든 만큼 영업이익은 늘어나게 된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올해 기존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 감소 효과 1200억원,영업권 상각 중단 효과 1295억원 등 총 2500억원가량의 감가상각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NH투자증권은 IFRS 도입에 따라 KT의 올해 영업이익은 100억원,순이익은 1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IFRS 도입으로 실적이 개선된다고 하지만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명목상 실적이 조금 좋아졌다고 통신비 낮추라는 압력만 커질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