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회면 단골손님'된 외교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사회면에서 외교통상부 기사를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문의 사회면에는 비리에 따른 사건이 주로 실린다. 외교부의 잇단 추문이 스캔들 기사로 다뤄지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는 얘기였다. 지난해부터 사회면의 '단골 손님'이 된 외교부를 자책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에 이어 상하이 외교관 스캔들,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번역 오류 등 대형 사고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유감스럽게도 김 장관이 이런 고충을 토로한 지 얼마 안돼 또 '사고'가 터졌다.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 귀국한 한 재외공관장이 상아를 대거 밀수하려다 관계 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관세청은 지난 3월 귀임한 아프리카 지역의 전 대사 P씨의 이사화물 속에서 수출입 금지물품인 상아 16개를 적발해 외교부에 통보했다. 관세청은 이번주 중 해당 공관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 공관장은 밀수 관련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형사처벌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관세청에 "법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력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후 줄곧 '외교부 쇄신'을 강조해온 김 장관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재외공관장의 모럴 해저드를 차단하기 위해 '평가전담대사'를 신설한 게 1주일여 전이다. 비즈니스 외교를 강화한다며 보직 없는 외교관 두 명을 대기업에 파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를 모셔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것도 이미지 쇄신차원이었다. 장관이 며칠 전 트위터를 시작한 것도 대국민 홍보와 대내외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노력이 또 다시 불거진 비리사고로 물거품이 돼 버릴 위기에 빠졌다. 다시 사회면을 장식한 이 사건으로 외교부는 더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교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위와 안보를 우선해야 하는 외교관의 행동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은 외교부 시스템상 결함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집안단속이 더 시급한 외교부다. 전세계 공관에서 펼쳐지는 국격 있는 외교 기사가 '정치면'에 제대로 다뤄지는 날이 기다려진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