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복수노조시대] (中) 삼성, 노사협의회에 힘 실어줘…포스코, 경영회의 사내TV 생중계

● (中) 기업들 대응 전략

현대차, 상황 예의주시…LG, R&D노조 설립 촉각
"무분별한 노조 난립 우려…설립기준 엄격한 적용을"

서울지하철 노조는 지난달 29일 투표를 통해 53%의 찬성률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상급단체인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상당수 노조가 제3노총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 노동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노조 내에서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민주노총 탈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노조 규약상 상급단체의 가입과 탈퇴는 노조원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 역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현 집행부(정연수 위원장)와 별개의 노조를 설립할 수 있어 노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 앞두고 기업들 긴장

기업들은 강성노조가 새로 출현하거나 복수노조 사이에서 노노 갈등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제3노총이 삼성과 포스코 LG전자 등을 복수노조 설립의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무노조기업인 삼성은 계열사별로 대책팀을 꾸리는 한편 사원대표 협의체인 노사협의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사협의회는 임금협상을 하고 있으며 단체행동권이나 쟁의권은 없다. 삼성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대의원은 직선,노사협의회 의장은 간선인 곳이 많았으나 모두 직선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복지카드제도 도입,건강검진 비용지원 확대 등으로 노조가 필요 없을 만큼 복지제도를 잘 꾸려놓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은 연초부터 임원 교육 때 노조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등 '집안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15년째 무분규를 이어온 노사 관계의 균형이 새로운 노조의 등장으로 깨질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연구 · 개발(R&D) 부문과 사무직 인력들이 노조를 설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 전문가 영입… "노조 난립 막아야"노조 전문가를 영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삼성은 2~3년 전 복수노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경총 팀장급을 채용했고 얼마 전엔 고용노동부 국장급도 영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고용부에서 노사대책을 담당하던 과장급을 추가 영입하는 등 전문가 확보에 힘쏟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사실상 복수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돼 있는 현행 노조법을 기준으로 본다면 현대차에는 7개의 복수노조(계파)가 있는 셈이고 이들 계파가 선거를 통해 집행부에 선출돼 교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내 각 계파들의 색깔이나 요구 사항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복수노조 체제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인 현대차 노사 모두 복수노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의 중도성향이 아닌 강경파를 중심으로 새 노조가 설립되면 노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는 창립 이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은 만큼 직원들과 경영현황을 공유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판매,영업이익 등 경영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매월 말 열리는 전사운영회의를 TV로 전 직원에게 생중계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조합원이 20여명에 불과하며 노경협의회가 노사 협의를 대신하고 있다. SK는 현재까지 복수노조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용우 경총 노사대책본부장은 "복수노조로 인해 노사안정의 균형이 깨진다면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사업장에서 소수노조가 난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합원 수 산정이나 교섭단위 분리 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김현예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