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조업 부활…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가 고용창출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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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州 일자리 1년 새 2만9800개 늘어…州정부 투자유치·숙련공 많아 기업 몰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 미국 동북부의 사양화된 공업지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주의 공장 근로자 수가 지난 1년간 2만9800명 늘어났다고 미국 노동통계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제조업 일자리 창출 규모의 15%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 밖에 위스콘신(1만8600명),오하이오(1만4000명),인디애나(1만3300명),펜실베이니아(1만1100명) 등 제조업이 강한 동북부 지역 주들의 고용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영영 살아나지 못할 것처럼 보였던 러스트 벨트의 부활은 자동차 등 제조업 경기 회생이 그 배경이다. 포드는 자동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 1분기 13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도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상품가격 상승으로 광산업도 미국 북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제조업은 1분기에 9.1% 성장,같은 기간 미국 전체 경제성장률 1.8%를 훌쩍 뛰어넘었다. 마크 페리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은 미국 경제 회복의 빛나는 별"이라고 말했다.
FT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 증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의 중심이 고비용의 북부 지역에서 저비용의 남부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일반의 인식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미시시피(-2700명),네바다(-2200명),아칸소(-2100명),플로리다(-1300명) 등 남부 주들의 고용이 지난 1년간 되레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업들이 단순히 인건비 등 비용만을 고려해 투자처를 선택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우선 투자 유치를 위한 주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업체인 A123은 지난해 미시간 리보니아에 공장을 신설했다. 중국과 한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A123은 매사추세츠,버지니아,뉴멕시코 등 미국에서 투자처를 물색하다 1억2500만달러의 인센티브를 약속한 미시간주를 최종 선택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브 비오는 "고객들은 최저가에 부품을 공급받길 원한다"며 "미시간주의 지원을 받으면 이 같은 고객들의 요구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숙련된 인력도 러스트 벨트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다. 1870년대부터 100년 넘게 제조업 호황을 구가하면서 러스트 벨트에는 대학 등 제조업을 받쳐줄 인력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다. 고등교육을 마친 인력 비율도 남부 지역에 비해 높다. 최근 직원 150명을 새로 고용한 오하이오주 소재 링컨일렉트릭의 존 스토립키 CEO는 "노조 가입률이 낮고 비용이 싼 남부 지역으로 옮긴 기업들은 질 높은 노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곳에서는 쉽게 우수한 노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시간주의 비숙련 노동자 평균 연봉은 2만5240달러로 미시시피주의 2만3090달러에 비해 9%밖에 높지 않다. 결국 러스트 벨트의 부활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선 기업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