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 감사가 분식회계 공모…오히려 부실 더 키웠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부패와 비리는 대주주들과 '야합'해 불법행위를 묵인한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들과 부실 감독을 해온 금융당국의 '무능'이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2001년부터 페이퍼컴퍼니(특수목적회사 · SPC)를 설립,부동산 시행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금감원은 이 무렵부터 수 차례에 걸친 정기검사와 부분검사를 벌였고 부산저축은행 사무실에 수십일 동안 상주했는데도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과 비리를 적발하는 데 실패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돈을 빌려준 PF사업장 대부분은 대주주가 지배하는 위장 회사로, 5조3400억원대의 대출이 모두 차명을 동원한 불법 대출인 사실도 알아내지 못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대출해준 120개 페이퍼컴퍼니의 대표이사는 명의상 차주에 불과했다. 검찰은 "몇몇 페이퍼컴퍼니는 동일한 사업장에 투자하기 위해 수천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금감원이 PF대출을 제대로 검사만 했더라도 불법 대출의 전모가 어느 정도 사전에 밝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저축은행 PF대출은 브리지론 형태여서 대출기간이 짧은 데 비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PF대출은 사실상 자기사업으로, 대출기간이 장기로 잡혀 있는 만큼 관련 자료만 들여다보았더라도 불법 여신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감사들도 문제였다. 부산저축은행 계열 4개 저축은행의 금감원 간부 출신 '낙하산 감사'들은 대주주들의 부패와 비리를 방조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자산 3000억원 이상인 은행은 반드시 회계 · 재무 전문가를 감사위원회에 두도록 하고 있다. 감사는 엄격하게 여신심사 여부를 관리 · 감독하고 대주주와 임원의 전횡과 불법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감사들은 불법여신 집행에 적극 가담하거나,분식액수 및 방법 등을 결정하는 그룹 차원의 임원회의에 참가하는 등 분식회계를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전문성 등 자격을 엄격히 심사해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데도 감독기관인 금감원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감사 추천을 요청했다"며 "금감원이 퇴직 예정 직원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감사가 선임되다 보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저축은행 대주주 전횡과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아울러 △부실 감사의 동종업계 영구 퇴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 확대 △대형 저축은행의 공동검사 및 교차검사 실시 등 제도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앞으로는 대주주의 불법행위시 부과하는 과징금과 형사처벌 수준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강화하고 감독당국 퇴직 후 2년간 저축은행 감사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직무윤리강령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