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빈 라덴 사살' 이후] "빈 라덴 제거" 속보 뜨자마자…닛케이주가 단숨에 72엔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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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체포 때와 비슷한 '반짝 호재' 가능성도
유가 한때 3% 급락…美 수요 회복 전망에 반등
미국 9 · 11테러의 주도자로 꼽혀 온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에 2일 시장도 환호했다. 주가와 달러 가치는 오르고 아시아와 유럽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그러나 빈 라덴은 그동안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쳐온 근본적 변수가 아니었기에 잠깐 지나가는 호재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을 중심으로 알카에다 세력의 보복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달러,주가에 긍정적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9964엔대에서 거래를 시작해 보합권에 머물다 9945.24엔으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앞둔 무렵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낮 12시30분 오후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는 72엔 급등한 1만17.47엔까지 치솟았다. 이후 잠시 조정을 받았지만 1만4.20엔에 마감해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으로 1만엔대를 회복했다.
시장은 전 세계 테러활동의 주범 중 한 명이 제거됐다는 점을 호재로 꼽았다. 야스나리 우에노 일본 미즈호증권 수석 시장분석가는 "테러리스트의 상징 인물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재빠르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 증시와 채권시장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채권회사인 핌코의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는 "국가 안전과 관련한 위험을 낮추게 돼 주가는 오르고 채권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스크가 있는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을 결정했지만 이 일정을 앞당길 수 있어 군사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됐다. 구니유키 히라이 도쿄미쓰비시UFJ은행 외환담당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서 "빈 라덴 사망 소식은 미국에 좋은 뉴스이며 미국 달러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 구야마 크레디트스위스 일본지점 수석 전략가는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자원국인 호주와 캐나다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반대로 미 달러 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상품시장 약세 부추길 수도
이날 런던 국제석유시장(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6월물은 장중 3.35%(4.22달러) 급락한 배럴당 121.67달러까지 밀렸다. 빈 라덴 사살로 중동지역의 원유 공급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덕분이다. 다만 경기회복으로 원유수요 증가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에 125달러선까지 다시 상승했다. 일부 원자재는 단기에 급등한 탓에 이미 조정장세에 진입했다. 빈 라덴 사망이 이런 추세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설탕 가격은 올 들어 34% 급락했고 면화도 올해 고점 대비 17% 떨어진 상태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은 현물은 개장 직후 10여분 만에 12% 폭락하기도 했다. 거래량이 적은 상태에서 일부 투기세력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온라인 투자정보지 하드애셋인베스터의 브래드 지글러 편집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상당수 상품시장이 기술적으로 과매수 국면에 진입했다"며 "상품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높은 만큼 급히 오를수록 빨리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시적 호재 시각 많아하지만 단기 호재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칩 핸론 델타글로벌어드바이저 사장은 "사담 후세인이 체포됐을 때와 같은 뉴스지만 석유시장의 수급 상황에 변화를 줄 정도는 못 된다"며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변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정책을 완전히 끝내고 서둘러 긴축정책으로 전환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빈 라덴 호재가 사라지면 달러 약세,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데쓰 아이카와 도쿄 센세이은행 자본시장 부매니저는 "미국인의 소비가 일시 늘어나는 정도일 뿐 미국 경제의 진행 경로를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복 테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핸론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 라덴의 2인자가 바로 테러활동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