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이후…'테러와의 전쟁' 새 국면] '재스민 혁명'으로 기로에 섰던 美 중동정책 돌파구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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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잃은 알카에다 세력 약해질 듯
백악관 앞 시민 환호…오바마 재선 '탄력'
2001년 9 · 11사태 이후 10년 가까이 진행돼온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사실상 '오사마 빈 라덴과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9 · 11 테러 주범인 빈 라덴을 잡고 알카에다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고 지난 10년간 4000억달러(430조원)를 전쟁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10년을 추적해온 그를 제거함에 따라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우선 빈 라덴이라는 정신적 지주를 잃은 알카에다의 힘이 상당 부분 약해질 전망이다. 또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명분을 얻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온건적이고 다자주의적인 대(對)중동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의 재스민 혁명 확산으로 기로에 섰던 미국의 대중동 정책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과격단체 소탕 작전에 집중그동안 미국의 대테러 정책은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세력은 약해졌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빈 라덴을 제거하는 것과 알카에다의 이념적 우산 아래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슬람 과격단체들을 소탕하는 것이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빈 라덴 제거 작전이 완료됨에 따라 대테러 전쟁은 좀 더 실질적인 과격단체 소탕 작전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 이집트,튀니지,예멘 등의 정정 불안은 두통거리였다. 친미 독재 정권을 흔든 재스민 혁명으로 미국은 전략적 중요성과 민주화 사이에서 고민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친미 정권이 통치하는 예멘에서 반정부 시위 확산을 틈타 알카에다가 세력을 키워온 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빈 라덴 사살이 이 지역에 대한 미국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서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중동 민주화 구상'과는 달리 다자주의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며 "앞으로도 미국이 전선을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군 철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최대 야권 그룹인 무슬림형제단은 2일 "빈 라덴이 제거됐으니 미국은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즉시 군부대를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 재선 도전에 호재될까
빈 라덴 사살 소식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는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 때부터 목을 빼고 행방을 추적해온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1일 밤 미국은 일순간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는 동안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어 성조기를 흔들며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했고,뉴욕 시내 중심가에도 거리 곳곳에 군중이 몰려나와 빈 라덴의 사망을 '축하'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일간지들은 "그동안 3명의 대통령이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사살 작전을 승인하고 사망 사실을 발표한 건 오바마 대통령"이라며 "내년 대선 캠페인에서 오바마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빈 라덴 사망이 19개월이나 남은 대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대선의 이슈는 국가안보가 아니라 경제가 될 것"이라며 "공화당 후보들은 늘어나는 국가 부채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크기와 복지국가의 미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특히 "1991년 10명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걸프전에서 승리한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승리를 확신하고 선거를 포기했지만 결국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