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만 외치는 국내 애널들…'매도 의견' 0.2%뿐

뒷북 보고서 남발에 신뢰도 추락…외국계는 매도ㆍ비중축소 16.8%
지난달 말께 골드만삭스증권은 '귀족주'(주가 50만원대) 등극을 코앞에 뒀던 고려아연에 대해 '매도'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도 전 거래일(48만7000원)의 절반 수준인 25만7000원을 제시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은(銀) 생산 1위기업으로 국제 은시세 상승 및 산업용 수요 증가 등으로 호재가 넘치는 고려아연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을 '몽니 리포트'로 폄하했다.

투자자들은 '러브콜'을 외치는 수많은 국내 증권사들보다는 골드만삭스를 선택했다. 고려아연은 당일 6% 이상(3만원)이 떨어진 데 이어 3일 현재 40만원대로 미끄러졌다.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증권사들마다 투자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이나 시황을 좇는 '뒷북'보고서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다음날인 2일엔 건설주를,스낵값이 인상된 3일엔 농심 등 음식료업종에 대해 매수의견을 쏟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에는 '매도'의견이 거의 없다. 금융투자협회가 2005년 이후 6년 동안 발간된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 5만5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매도'나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한 것은 0.2%(110건)에 그쳤다. 1000건의 리포트 중 매도의견을 담은 것은 2건에 불과한 셈이다. 79.3%는 '매수'를 권유했으며 나머지는 '보유'의견을 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체 리포트의 16.8%에서 '매도'나 '비중축소'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애널리스트의 '무소신'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일변도 투자의견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05년 0.6%였던 비중감소 및 매도 의견 비율은 지난해 0.1%까지 떨어졌다. 반면 74.0%였던 매수의견은 같은 기간 83.9%까지 늘어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담당하는 종목을 가능한 한 알리려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추천 종목을 기관들이 얼마나 매수하느냐에 따라 애널리스트의 성과가 측정된다는 점도 이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펀드매니저는 "업종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애널리스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보고서 수준이 떨어져 투자에 거의 참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4년 9월 800명 수준이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157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권사 간 인력 이동도 심해 최근 6년간 다른 증권사로 이직한 경험이 있는 애널리스트의 비율은 11.5%에 달했다. 이는 미국(3.8%)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손성태/노경목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