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불신 팽배] '부산'에 놀란 고객들…BIS비율 8% 넘는 저축은행도 "못믿겠다"

금감원 "제일저축銀 재무 양호" 뒤늦은 해명
고객 신뢰 무너져…조기 수습 여부 관심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제일저축은행도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저축은행 예금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7조원대 부실 대출 비리가 드러난 지 하루 만에 제일저축은행 비리 혐의가 알려지면서 제일저축은행 각 지점에는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제일저축은행 주가는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날에도 560억원가량의 예금이 빠져나갔다"며 "예금 인출 규모가 과거에 비해 큰 수준이 아니어서 사태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감시간까지 예금 찾는 고객 몰려

제일저축은행의 비리가 알려지자 제일저축은행 본점인 서울 가락점을 비롯해 장충동점 등 6개 지점에서는 이날 하루 500억원이 넘는 예금이 빠져 나갔다. 제일저축은행 장충동점에는 마감시간까지도 30~40여명의 고객이 몰렸다. 이날 현금과 수표 등 총 1000만원을 인출한 김모씨(58)는 "불법 대출 사실을 적발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하던 일을 팽개치고 달려왔다"며 "최근 부실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5000만원 넘게 예금했거나 후순위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불안했다"고 말했다.

장충동점의 한 직원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직원들이 점심 식사도 못한 채 예금을 인출해 드렸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금융당국 "불법 대출 아니다" 해명제일저축은행의 모 임원이 뇌물을 받고 600억원을 대출해준 혐의가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이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제일저축은행의 600억원대 불법 대출을 적발했다고 언론이 보도했지만 금감원은 이 대출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조성목 금감원 저축은행검사1국장은 "600억원 대출이 나간 것은 맞지만 대출 나간 부동산 PF사업장은 이자 납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정상 사업장"이라며 "동일인 한도 초과 대출이나 출자자 대출 등 저축은행법을 위반한 대출이 아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임직원의 뇌물과 관련된 대출일 뿐이라는 것이다.

안병권 금감원 저축은행검사1국 팀장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불법 대출'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PF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간 다툼이 생겼고 이에 따른 음해성 투서가 이어지면서 검찰이 조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제일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투서를 조사한 결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 "저축은행 고객 신뢰 무너져"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사태가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무너졌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저축은행처럼 부동산 PF가 많지 않고 부실하지 않아도 임원 비리만으로 하루에 400억원의 예금이 빠져 나간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현재 2406억원으로 업계 최대 규모고 고정이하 여신비율 6.10%,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28%로 우량 저축은행"이라며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A저축은행장은 "사람들이 이제 저축은행을 한심하게 본다"며 "저축은행 임직원들은 스스로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저축은행장은 "그동안 5000만원 예금보장 한도 때문에 무제한 실탄을 지원받고 그것으로 저축은행이 돈을 벌었다"며 "그러나 양식과 상식을 믿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상처를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이용준 제일저축은행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유모 전무에 대해선 비리가 드러나기 전인 지난 4월5일 은행 내부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직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안대규/김일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