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 검출장비 첫 가동…우주생성의 비밀 밝힌다

영광원전 인근에 완공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 중 하나인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장비(사진)가 국내 처음 도입됐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비롯한 국내 10여개 대학 연구진은 중성미자 검출장비 '리노(RENO)'를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완공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장비 운용이 본궤도에 오르면 입자에 관한 물리학 이론을 새로 써야 할 만큼 학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원자로에서 290m 떨어진 곳과 1.4㎞ 떨어진 곳 지하 인근에 각각 100m,300m 길이 터널을 뚫고 2대의 검출기를 설치했다. 원자로에서 방출된 전자 중성미자가 1㎞가량 거리를 날아가면서 뮤온 중성미자로 바뀌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중성미자는 세 종류(뮤온 · 타우 · 전자 중성미자)가 알려져 있으며 한 종류가 다른 종류로 바뀔 때 비율을 변환상수라고 한다. 이 가운데 뮤온-타우, 전자-타우 중성미자 간 변환상수는 측정됐으나 전자-뮤온 중성미자 간 변환상수는 너무 작아 아직 측정된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원자로에서 방출된 전자중성미자가 날아가면서 원래 양의 2%까지 감소한 것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 실험이 중성미자가 약 20%까지 줄어든 양을 측정한 것에 비해 10배 정도의 변환상수 측정 효율을 높인 것"이라며 "우주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 연구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자로 및 핵융합로의 열발생량, 원전에서 생성된 플루토늄 양을 정밀 측정하는 기술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7월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3년 동안 데이터를 모으면 전자-뮤온 간 변환상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주비밀을 풀 수 있는 중성미자 연구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성미자

원자를 최소 단위까지 쪼갠 가장 작은 입자인 소립자(쿼크 · 중성미자 등)의 일종.핵분열 · 핵융합 과정에서 방출되며 전하가 없는 기본입자로 질량이 매우 적어 빛의 속도로 진행하며 물질과 상호작용이 없어 '유령입자'로도 불린다. 이론적으로는 매초 수백 조개가 인간의 몸을 통과하면서도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을 정도다.


◆ 물질과 반물질우주의 물질은 남자 여자와 같이 상반된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를 물질 · 반물질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전자의 반물질은 양전자, 중성자의 반물질은 반중성자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