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美 쌍둥이 적자' 심각한 이유는

재정지출과 조세징수는 거시경제학적 재정정책의 양대 수단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총수요가 그만큼 증가한다. 조세징수를 줄이면 사람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지출이 늘어나므로 역시 총수요가 증가한다.

조세수입에서 재정지출을 뺀 것이 재정수지다. 세수가 지출보다 크면 재정흑자이고 반대로 작으면 재정적자이다. 재정 확대 또는 조세 감축으로 총수요를 늘리고자 할 때 정부는 재정수지의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총수요를 확대하면 국내 생산을 촉발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오른다. 국내 물가의 상승은 외제 상품을 더 싸게 만들기 때문에 수출은 줄고 외제 상품의 국내 반입이 증가한다. 그 결과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모두 악화한다. 정부의 재정수지 악화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쌍둥이 적자(twin deficit)' 이론이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엄청난 규모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동시에 겪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증가한 총수요는 결국 국내 생산과 외제 상품 순반입의 증가로 채울 수밖에 없다. 재정수지 악화가 유발하는 경상수지 악화 정도는 외제 상품 순반입이 얼마만큼 증가하는가에 달려 있다. 국가경제의 개방 정도가 낮으면 총수요 증가는 외제 상품의 반입보다 국내 생산의 확대로 채워질 것이다. 국가경제의 외화보유액이 부족해 대외지불이 어려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경우에는 재정수지 악화가 반드시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쌍둥이 적자' 효과는 경제가 개방될수록,그리고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 가운데 특히 미국이 유별나게 '쌍둥이 적자'를 겪고 있는 까닭은 미국 경제의 개방도가 가장 높고 미국 달러화가 국제 거래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대외지불수단 부족 사태라고 하는 외환위기는 달러화 발행국인 미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과거 국가 간 장벽이 높던 시절에 한 나라 재정정책의 효과는 그 나라 안에서 전부 실현됐다. 고용 확대를 겨냥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 그대로 그 나라의 GDP 증가와 고용 확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오늘날 개방경제에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우리나라의 생산 증가와 고용 확대를 겨냥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더라도 그 결과는 엉뚱하게 다른 나라의 생산 증가와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화는 각국이 누려오던 재정정책의 주권마저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