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감원] (1) "우리가 어쩌다 부패 상징이…회사기둥 잡고 통곡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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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성명서 발표"그야말로 초상집이다. "
이젠 익숙한것과 결별할 때
권한 지닌 경영진, 모범 보여야
"심란하고,침통하고,뒤숭숭하고…뭐라 말할 기분조차 나지 않는다. "금감원 직원들이 말을 잃었다. 저축은행 부실 검사 책임이 불거진 데 이어 전 · 현직 직원들의 비위행위마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일 오후 부산지원(지점)의 김모 수석조사역이 자살해 여의도 금감원 건물 전체에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4일 오전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내부 게시판의 글을 인용해 "우리 원(금감원)이 어쩌다 부패와 야합의 상징이 되어 버렸는지,회사 기둥을 붙잡고 앉아 통곡할 지경"이라고 표현했다.
노조는 경영진에 4가지 쇄신안을 요구했다. △경영진이 금융회사 감사로 재취업하는 관행을 없앨 것 △직원들 스스로 업무 유관 인사들과의 만남을 조심할 것 △금융회사 임직원이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할 것 △내부고발 채널을 만들 것 등이다. 노조는 "이제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며 "우리가 포기하는 것의 반사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따위에 미련을 가지고 주저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경영진은 더 이상 '나까지만'이라는 변명을 하지 말고 '나부터'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전 직원에게 서면으로 (금융회사 감사로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가 망설이는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노조는 또 "모든 직원은 업무 유관 인사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자들이 마음대로 들락거리고 업무 청탁을 하는 사무실에서 청렴을 논할 수는 없다"며 금융회사 임직원이 비공식적으로 출입하는 것을 일체 금지할 것을 경영진에 요구했다.
이훈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책임과 권한을 지닌 경영진은 금융권 재취업을 통해 부와 명예를 누리고,정작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하급 직원은 징계를 당하는 상황이 재연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노조는 앞으로 금감원의 변화 방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