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먼지만 쌓이는 국민청원

205건 중 겨우 45건 처리
"정치 구호에 민생은 뒷전"
18대 국회 들어 국민 청원이 205건 접수됐지만 그 중 45건만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국민들이 제출한 청원건은 나몰라라 하고 있어 '민생국회'라는 말이 낯부끄럽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16개 상임위 중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각각 16건씩,국회운영위원회는 2건,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4건의 국민청원을 국회의원을 통해 접수했지만 단 한건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청원접수 상임위들의 처리율도 50%에 못 미쳤다. 특히 처리건수가 전무한 4개 상임위는 18대 국회에 들어와 청원심사소위를 단 한번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위원장인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이 입법청원이라 법안심사와 함께 처리하고 있는데 상임위에서 법안처리가 지연되다보니 청원처리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6월 국회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청원은 민원이지 강제조항은 아니다"면서 "법안 심사도 많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청원까지 본회의에 상정하기는 힘들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2008년 학교 운동경기부 지도자의 처우개선 관련 청원을 낸 이원영 엘리트스포츠지도자연합회장은 "학교 체육경기 지도자 7000여명이 아직도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실적이 잠깐 나쁘면 바로 해고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내용이 좋다고 칭찬하더니 막상 국회로 간 뒤로는 소식이 없다"고 털어놨다.

청원건수 실적이 있는 국토해양위원회는 35건 중 14건을,행정안전위원회는 21건 중 9건을 처리했다. 다른 위원회의 처리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청원 처리율이 높은 국토위는 18대 국회에서만 네 차례의 청원심사소위를 열었다.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감사나 대정부질의 때마다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편의 개선안'을 강조해 지난 4월 국회에서 2년 만에 안을 통과시켰다"면서 "청원처리는 각 상임위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허란/양병훈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