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선물환 거래의 두 얼굴

은행건전성 훼손·환율하락 위험…전체 리스크 증가 대책 세워야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헤지거래다. 위험을 회피하는 행위를 뜻하는 헤지는 파생상품의 경제적 효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3개월 뒤 100만달러가 들어오는데 이때 달러가격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경우 기업은 달러가치를 고정시킬 수 있다. 3개월 후 100만달러를 일정 가격(가령 달러당 1000원)에 넘기겠다는 선물환매도 계약을 지금 은행과 체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 3개월이 지나면 기업은 100만달러를 은행에 넘기고 달러당 1000원,곧 10억원을 받는다. 물론 3개월 후 현물환 시세가 1100원이 된다면 아까울 것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11억원 챙길 것을 선물환 때문에 10억원만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달러시세가 900원이 된다면 기업은 9억원 대신 10억원을 받는다. 선물환이 기회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사후적 이익을 줄 수도 있다. 사실 매출 10억원이면 일단 일정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할 때 11억원의 기회를 놓친다고 해도 10억원을 미리 확실하게 확보하는 기회는 매우 소중하다. 환율 하락으로 100만달러의 가치가 9억원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진다면 이는 손해로 연결돼 파산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즉 버는 쪽과 잃는 쪽이 대칭이 아니므로 손해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기업의 파산확률을 낮추므로 헤지거래는 의미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선물환 거래를 받아주는 은행들의 '머니마켓헤지'다. 거래상대인 은행이 지금 선물환매수 포지션을 취하게 되는 경우 은행도 3개월 후 환율이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계약만 체결해 놓으면 큰일 난다. 3개월 후 10억원을 넘겨 줘야 하는데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은행도 손실이 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머니마켓헤지'를 시행한다. 자기가 3개월 후 받게 될 100만달러를 전제로 3개월 만기 빚을 일부러 일으킨다.

외은 지점 등으로부터 100만달러를 3개월 이자로 할인한 만큼(예를 들어 98만달러) 일부러 빌려오는 것이다. 3개월이 지나 100만달러가 은행에 들어오면 은행은 이 돈으로 즉시 달러부채 원리금 100만달러를 갚아버리면 되므로 달러가치가 얼마가 되든 상관이 없다. 은행은 지금 빌려온 달러를 즉시 현물환 시장에서 매각해 원화를 확보하고 이 원화자금을 운용하여 나온 돈을 3개월 후 기업에 넘겨준다. 선물환 교과서가 얘기해주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행위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위에서 보듯 은행은 선물환 매수계약을 하면서 두 가지 전략을 편다. 하나는 일부러 달러부채를 조달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빌려온 달러자금을 지금 당장 현물환시장에서 파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의 규모가 커지면 시장이 교란된다. 전자는 은행 단기부채를 늘려서 은행 건전성 훼손으로 연결된다. 후자는 환율을 하락시켜서 원화 절상을 유도한다. 기업과 은행이 환위험 헤지에 최선을 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기부채 증가로 인한 은행 건전성 훼손과 경제위험 상승 및 환율 하락이라는 리스크가 새로 생긴다. 이 부분은 선물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부분적으로 각자 최선을 다하는데 전체 위험은 증가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가 나타나는 것이다. 선물환거래가 가진 두 얼굴이다.

최근 은행들의 단기외채 증가분이 100억달러 이상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 정책감독당국이 이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각자 최선을 다하는데 결과는 엉망이 될 수도 있는 '구성의 오류'를 방지하는 것은 당국의 소임이다. 전체와 부분의 괴리에 대해 민간주체들도 최대한 슬기롭게 상황에 대처해 가야 한다. 의도하지 않은 리스크의 총량이 자꾸만 커져가는 요즘 살얼음판 같은 금융시장은 과거와 다른 근본적인 시각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