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同門 감독 대결서 후배 강형철 '써니' 기선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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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만에 45만명…'체포왕' 눌러
제주도 출신 고교 선후배 감독의 영화 흥행 대결에서 후배가 기선을 제압했다. 강형철 감독의 '써니'(사진)와 임찬익 감독의 '체포왕'이 지난 4일 나란히 개봉돼 8일까지 45만여명,30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심은경 유호정 등이 출연한 '써니'는 7공주로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25년 뒤 다시 뭉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박중훈과 이선균을 내세운 '체포왕'은 형사들의 실적 다툼을 코믹하게 묘사했다. 비슷한 시기에 할리우드 SF대작 '소스코드'와 '토르:천둥의 신' 등도 개봉됐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두 한국영화에 쏠렸다. 세상을 밝은 시선으로 그린데다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두 감독의 인연도 화제를 모았다. 강 감독과 임 감독은 제주 대기고 동문이다. 임 감독이 1991년 졸업한 5기로, 7기인 강 감독보다 2년 선배다.
고교 후배인 강 감독이 데뷔에서는 빨랐다. 강 감독은 2008년 차태현 주연의 '과속 스캔들'로 한국 코미디 사상 가장 많은 830만명을 동원,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임 감독은 스태프로 여러 편의 작품에 참여하다 이번에 데뷔했다. 임 감독은 "알고 보니 제가 3학년 때 강 감독이 1학년이었는데 동문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며 후배 칭찬에 열을 올렸다. "'과속 스캔들'은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었는데,시계를 이용한 타이틀 디자인이 '올드보이'에 비견할 만큼 센스가 넘쳤어요. '체포왕'과 '써니'가 쌍끌이 흥행에 성공해 외화를 누르고 한국 영화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
강 감독은 "기회가 되면 (임 감독에게) 인사드리고 싶다"며 "'체포왕'을 조만간 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작 중인 영화 '만남의 광장'의 김종진 감독이 고교 동기이고 연출 데뷔를 준비 중인 다른 친구도 있다"며 "학교에 영화 동아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영화계에 이렇게 많이 진출한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