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위기감에 親李도 비주류 황우여 택했다

● 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안경률·이병석 눌러…"쇄신 열정, 기적 만들어"
소장파·親朴 약진…親李주류 2선 퇴진 예상
한나라당이 변화를 선택했다. 친이계가 승리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비주류가 원내사령탑에 오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4 · 27 재 · 보선 패배 이후 첫 당 지도부 선거에서'친이 주류'대신 '비주류'를 선택함으로써 향후 당권 · 대권 향배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계의 2선 퇴진과 소장 · 중립계,친박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약진이 점쳐진다.

이날 비주류인 황우여-이주영 조의 승리는 당선자들 스스로가 말했듯이'예상을 뒤엎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황 · 이 후보는 초반 각각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거의 승산이 없었다. 일각에서는'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표만 가질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4 · 27 재 ·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서 소장파를 중심으로 비주류 단일화 요구가 있었고,이에 두사람이 부응하면서 판세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60표가 넘는 친박계까지 가세하면서 선거 막판'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이 2차 결선투표에서 90표를 얻었다는 얘기는 친박계(60여표)와 소장파(20여표)외에도 다른 친이계 표까지 얻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황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의 4선 의원으로 두 번째 경선 도전에서 꿈을 이뤘다. 서울지법 부장판사,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등을 거친 황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감사원장 시절 감사위원으로 인연을 맺었고,이 전 총재가 15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의장을 맡으면서 비서실장으로 발탁,정계에 입문했다. 15대 국회에서 전국구로 금배지를 단 뒤 16대 총선부터 내리 3번 인천 연수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에서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계파 색채가 엷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취미는 등산과 검도다.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일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하지만 다소 추진력이 약하다는 평도 따른다황 원내대표는 당선 후 소감에서 "이런 결과는 저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래서 당선 소감을 글로 마련한 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면서 "쇄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의지와 열정,진정성이 국민에게 생생히 전달되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진정한 변화와 화합을 이뤄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한나라당에선) 계파도 없어질 것이며,청와대도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하나될 수 있게소장파의 손을 중진의원들도 잡아주시라"고 외쳤다.

황 의원은 이날부터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를 맡게 되며 임기는 1년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황우여 호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된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친이계 주류측 후보들이 비주류에 패한 데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오늘의 결과가 한나라당 발전의 동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박수진/김재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