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기업 살리기' 국민도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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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에 편익제공…부채 규모 커져이솝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부부가 욕심에 눈이 멀어 거위의 배를 갈랐지만 황금알은커녕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아까운 거위만 죽이고 매일 가질 수 있었던 황금알은 사라지게 됐다.
투자·요금조정 따른 불편 감내를
2010년 결산 결과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부채가 387조원으로 1년 사이에 45조원이 증가했다고 한다. 공기업 부채와 관련해 이솝우화가 떠오른 것은 요즘 공기업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얘기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공기업은 전기 가스 도로 등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간 정부와 국민은 황금알에만 관심을 보일 뿐 거위를 돌보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물을 '물 쓰듯'이 하고 전기도 물 쓰듯이 사용한다.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은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올라가도 전기료는 낮게 유지돼야 하고 상수도관이 노후화해 교체가 필요해도 수도요금이 올라서는 곤란하다. 전력소비가 최고치를 경신해 전력예비율이 급감하고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더라도 전기요금은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 수준이며 매년 그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 안보 차원에서 공기업들은 해외 유전과 가스전 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이에 따라 부채도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다.
최근 LH공사는 하루 평균 100억원의 이자를 지불해야 할 만큼 부채가 증가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시중가격보다 임대료를 낮게 받다 보니 적자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도록 거래가격의 50~70% 수준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 LH공사의 빚이 많은 것이 누구나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막상 사업규모를 축소하려고 하면 해당 지자체와 주민,정치권은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기업들이 요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적기에 올리지 못하고 있으면서 각종 국책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공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은 그 성격상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고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공기업의 부담을 대가로 국민들에게 편익과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부채가 늘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공기업의 부채가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과도한 부채문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공기업 부채가 너무 늘면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력수급계획 도로투자 등 정부의 중장기 투자계획 조정,요금 현실화 등 국민이 부담해야 할 불편이 따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공공서비스라는 황금알을 낳아 온 거위인 공기업을 잃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간 정부와 국민이 황금알을 한꺼번에 가질 욕심으로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는지 곰곰이 돌이켜 봐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공기업 부채를 잘 관리해 미래에도 국민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공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정치권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창우 < 서울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