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산 車 덤핑 판정…G2 '경제 대화' 앞두고 기싸움

美 "위안화 절상속도 늦다" 압박하자 중국 '반격'
9일부터 워싱턴서 회담…합의 도출 힘들 듯
미국 워싱턴에서 오는 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3차 미 · 중 전략 · 경제대화를 앞두고 양국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일 미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가 늦다며 불만을 터뜨리자 중국은 다음날인 6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종 덤핑 판정을 내리며 반격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하는 한편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철회시킨다는 방침이고,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양국 간 충돌이 예상된다.

◆중 "미국차도 보조 받는다"중국 상무부는 6일 "2500㏄ 이상의 미국산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중국 시장에서 덤핑 처리됐고 보조금이 지금됐다"며 "중국산 동종 차량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일부 미국 차량이 실제 시장가치보다 최대 21.5%가량 낮은 가격에 팔렸고 이들 차량에 최대 12.9%에 이르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작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8만100대의 차량을 수입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자동차의 12.4%다.

상무부는 그러나 추후 발표가 있기까지 보복 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덤핑 문제를 다음주 초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 · 중 전략 · 경제대화에서 협상카드로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이번 전략 · 경제대화에서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고 국영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공세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의 덤핑 규제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 "중 보호주의 여전"

이에 앞서 5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속도가 늦다"며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고 언급,절상 속도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중국 위안화는 작년 6월 달러 페그제에서 벗어나 관리변동환율제로 환율결정 방식이 바뀌면서 5%가량 절상됐다. 게리 로크 상무장관(주중 미국대사 내정자)도 같은 장소에서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외국 기업에 불리한 차별적인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달에서 중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것과 일부 산업에 대해 외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저가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외국 기업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몰리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거들었다. 커크 대표는 6일 "중국이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 했던 약속대로 경제를 개방하는 것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장기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이는 중국이 자국 업체에 특혜를 주고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산업정책들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공정한 경쟁체제 마련을 촉구했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과거엔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몰아붙였지만 이젠 중국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며 "미국은 더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고,중국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양국 간에 어느 때보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