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후반기 '경제 사령탑 2人' 인터뷰]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靑ㆍ정부, 黨과 사전협의 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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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입법 협조하지 않을 것"거대 여당의 정책을 책임지게 된 이주영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원회 의장(사진)은 단호했다.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실에서 만난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당이 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는 대목엔 목소리가 커졌다. "앞으로 정부건 청와대건 당을 무시하면 여당의 역할도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장은 "4 · 27 재 · 보선 결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서민에 초점을 두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정책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끝낸 그는 민생탐방의 첫 일정지인 서울 약수시장으로 서둘러 떠났다.
"정책엔 주류-비주류 없어, 좌클릭 안하겠지만 친서민으로 무게중심 이동"
▼이번 원내대표 · 정책위의장 선거는 주류를 꺾고 비주류가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비주류로서 정책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책에서 주류와 비주류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류가 해오던 성장,수출 위주의 정책은 서민들의 피부에 온기를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현장 중심의 친서민 정책을 내놓아야 할 시기이고,그렇게 한다면 주류든 비주류든,친이든 친박이든 모두 따라와야 한다. "
▼수직적 당 · 정 · 청 관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
"야당 시절 정책위 의장의 경험도 있고,국회 예결위원장도 했다. 정부 장관들과 소통을 많이 해왔다는 얘기다. 이런 경험을 통해 당 · 정 · 청 소통을 제대로 하겠다. 만약 정부나 청와대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당과 협의 없이 정책을 발표한다면 입법이나 예산의 뒷받침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해 둔다. 최근 총리실이 내놓은 만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무상교육을 해주겠다는 정책도 당은 전혀 모른 채 발표됐다. 원칙엔 공감하지만 일련의 과정에 대해선 유감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구체적인 방법은.
"당정 협의를 각 상임위원회가 나서 하도록 하겠다. 정책을 내놓기 전 의제를 설정하는 것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닌 상호 협력해서 하도록 할 것이다. 또 정책위 산하에 서민대책고충모니터링단과 공약실천점검단도 만들어 정부보다 나은 공약을 제시하겠다. "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서민예산 10조원 확보를 공약했다. "본래 한나라당의 감세 철학은 감세를 통해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돼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와 같은 고리가 끊어졌다.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으니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감세 철회가 시장 경제주의와 배치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10조원의 복지 예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감세를 철회할 경우 소득세 5000억원,법인세 3조2000억원을 더해 3조7000억원가량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잉여금에서 국가 부채를 상환하고 남는 자금은 1조~2조원 정도로 추산되니 총 5조원이 된다. 나머지는 다른 예산을 절감하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좌클릭'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은데.
"민심에 따라 정책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당처럼 정부가 개입을 하자는 건 아니다. 예컨대 민주당의 증세 없는 복지나 각종 무상 시리즈와는 다르다. 한나라당은 국가 재정 상황을 봐가며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적,체계적 복지정책을 내놓겠다. 보수당으로서 해오던 기본적인 경제정책은 유지하겠다. 이 틀안에서 서민 쪽으로 중도 · 실용 쪽으로 조금 이동하겠다는 소리다. "
▼포퓰리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그런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적 구호나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들은 자칫 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복지 정책이나 개발 정책 등이 합리적이고 국가 재정 안에서 가능한 것인지를 따질 '국가재무관리청'을 둘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무관리청은 영국과 호주 독일 등에선 이미 만들어졌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나 국민연금 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반대한다. 초과이익공유제의 경우 '초과 이익'에 기준이 없다. 또 대기업의 이익에 각 중소기업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도도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를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이것 역시 기업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면 관치(官治) 우려가 크다. "
▼앞으로 1년간 가장 중점을 둘 정책은."양극화 해소다. 대기업 · 중소기업,고소득자 · 저소득자,정규직 · 비정규직 등 사회에 다양한 계층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갭을 좁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물가 대책과 부동산 대책 등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노총과도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만날 의향이 있다. "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