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산타에 빨간옷 입힌 코카콜라…색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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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CEO 경영교실] 비주얼시대 컬러 마케팅빨간 외투를 입고,빨간 모자를 쓰고,흰 수염에 장화를 신은 산타클로스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초기의 산타클로스는 여러 가지 색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외모 역시 근엄한 성자부터 꼬마요정,난쟁이 모습까지 다양했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달랐던 산타클로스가 지금의 이미지로 굳혀진 것은 1930년대에 와서였습니다. 코카콜라 때문이었죠.
빨간 SKㆍ분홍 배스킨라빈스…빨ㆍ노ㆍ파 3원색 美 타임호텔
컬러로 기업 이미지 각인
뉴욕의 와인숍 베스트셀러…8가지색으로 스타일 구별
맛의 심벌ㆍ색채 코드 결합
색으로 표현된 기업 -코카콜라겨울만 되면 판매 부진으로 애를 먹던 코카콜라는 산타클로스를 광고에 등장시켰습니다. 한겨울에도 청량음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었죠. 코카콜라는 빨간 바탕에 흰색으로 흘려 쓴 글씨가 대표적인 이미지인데,이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과 흰 소매로 이미지를 형상화시켰습니다. 흰 수염도 코카콜라의 거품을 상징화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은 색에서 비롯됐습니다. 컬러 마케팅과 색을 중시하는 광고전략은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빨간 SK주유소,분홍 배스킨라빈스 같이 고유의 색으로 단장한 대리점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슈퍼마켓만 가도 빨간 코카콜라와 파란 포카리스웨트가 진열돼 있죠.
색깔은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가장 먼저 느끼는 첫인상과 같습니다. 다른 상품의 이미지와 구별시키기 때문에 구매 선택의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컬러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색은 단지 제품 선택에 있어 구매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니라 구매 자체를 결정짓는다는 것이죠.색을 빼놓고 마케팅을 말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컬러 영상매체를 기반으로 성장한 세대가 소비시장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죠. 인간의 오감 가운데 정보인지 능력이 가장 우수한 것이 시각이고,눈으로 판단하는 인상 가운데 80%는 색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색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색과 조형물의 결합-타임호텔
색과 조형물이 합쳐지면 색채의 공감각적 특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세계가 열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뉴욕 49번가에 위치한 타임호텔입니다. 이 호텔은 빨강,노랑,파랑의 3원색이 지닌 공감각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초로 완성된 부티크 호텔입니다. 한국색채학회가 발간한 '색이 만드는 미래'에 따르면 유명 디자이너 애덤 티하니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완성된 이 호텔은 알렉산더 테루의 '3원색(The Primary Colors)'이란 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고 합니다.
이 호텔의 모든 방은 빨강,노랑,파랑의 원색으로 구분되는데,손님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원하는 색의 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3원색은 투숙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며,이를 통해 체류기간 중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색의 공감각적 호텔입니다.
각 방에는 색에 대한 설명을 담은 홍보물이 놓여 있으며 그 방의 색채에 어울리는 차와 커피,젤리,향이 준비돼 있습니다. 빨간색의 침대,빨간 포장의 로즈향,빨간 젤리의 달콤한 맛,빨간색으로 포장된 잉글리시 티의 향기롭고 쌉싸래한 맛 그리고 현대적이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어우러진 타임호텔의 방은 투숙객들에게 여느 호텔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줍니다. 빨강은 정열과 사랑,애국심,동적인 것을 연상시키며 노랑과 파랑은 각각 다른 색채 연상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타임의 각 방들은 이 같은 색채 연상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디자인으로 그 독창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색채의 공감각적 표현은 건물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와인 역시 색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와인은 전통적으로 빛이 차단된 까다로운 공간에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1996년 뉴욕에 1호점을 연 베스트셀러(Best Cellars)는 전통적인 와인 숍을 탈피해 와인을 마시는 것만큼 쇼핑하는 데도 즐거움을 제공한 성공적 디자인 사례입니다.
한국색채학회의 '색이 만드는 미래'에 따르면 실내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록웰은 새로운 개념의 와인 숍을 위해 약 100여종의 와인을 8가지 스타일의 맛으로 구분하고,각 맛을 대표하는 색채 코드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와인 맛의 심벌과 색채 코드로 표현된 언어는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된 것이죠. 베스트셀러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신이 원하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의 맛을 찾아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디자인 돼 있습니다. 와인은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적 음식입니다. 깊이 있는 색을 보고,향을 맡고,와인글라스에 담긴 와인의 촉감과 함께 맛을 보고,누락된 청각은 잔을 부딪치면서 마지막으로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이런 와인의 색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와인 숍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 창의적인 발상의 근간이 되는 자료입니다. 비주얼 시대에는 색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색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감흥을 활용하면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