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이 밝힌 금융개혁 방안] 금융사 감사위원회 역할 확대…"경영진·오너 전횡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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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중심 운영…내부 투명성 강화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은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부실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내부통제 장치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감사제도를 강화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경영진과 오너의 전횡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책임소재 불분명으로 부실 더 커질 수도"
한 명의 상근감사로 운영되는 감사제도와 달리 감사위원회는 세 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운영되는 회의체 조직이기 때문에 독립성과 중립성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된 탓에 무리한 도입은 오히려 감시기능의 부실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회사 사정에 어두운 데다 정보접근성도 취약하다 보니 감사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새로운 부실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도 자체의 확대 적용보다는 감사위원회가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상근감사 없애고 감사위원회로 대체
김 위원장은 "영국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전부 비상근 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다소 급진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앞으로 감사위원회 제도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근감사를 따로 두다 보니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생기고 골치 아픈 문제가 파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7~8년 전에 이미 감사위원회 제도 확대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여러 사정상 아직 실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돼 통상적으로 감사가 수행하는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감시 역할을 맡는 내부통제기구다.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사외이사가 많은 데다 여러 명으로 구성된 회의체 조직인 만큼 한 사람의 감사가 할 때보다 업무 능률이 높아지고 힘도 실리게 되는 장점이 있다. 회사별 내부감사 유형은 크게 감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곳으로 나뉜다. 감사제도는 감사 1인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현재 한화손해보험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HMC투자증권 등에서 운영 중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금융회사 포함)에는 감사위원회 제도의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이들은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자산 1000억~2조원인 회사는 필요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선임할 수 있지만,지난달 상법 개정으로 인해 내년 4월께부터는 역시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된다.
금융회사들도 대부분 감사제도보다는 감사위원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감사위원회가 효율적으로 경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감사역할 강화 방안이 더 중요
전문가들은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 확대보다 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감사제도나 감사위원회 제도나 경영진과 유착한다면 제대로 된 감사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위원회 조직은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감사위원회도 이 같은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감사위원회 설치가 자칫 무책임한 감사로 이어져 감사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부행장은 "사외이사는 원래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금감원 문제로 인해 기업 내부통제 문제가 오히려 개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제도 도입에 앞서 책임있는 감사가 가능한 여건 조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위원회의 주축이 될 사외이사들이 회사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 독일 등에서는 전부 비상근 감사위원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한 데서 드러나듯 정부의 구상은 비상근 사외이사 확대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사외이사로 채워질 경우 오히려 감시가 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회사에서 독립된 사외이사가 감사를 잘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내 사정을 잘 모르는 탓에 역효과가 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내부 조직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경영감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