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의 열정에 氣 받아 월드투어는 서울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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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16~18일 내한공연
“2007년 첫 내한공연 때 한국 관객의 열정과 환호를 잊지 못해 데뷔 50주년 기념 투어의 첫 공연을 서울에서 시작합니다. ”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 수상에 빛나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83ㆍ사진)가 오는16일부터 사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영화음악가로 데뷔한지반세기. 아시아 주요 도시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월드 투어의 기점을 서울로 잡은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이탈리아로 유학 온 많은 한국 학생들을 통해 한국에 제 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약 10년 전쯤 첫 공연을 추진했다가 기획사와의 문제로 안타깝게 취소됐었죠. ”
2007년 이후 올해로 세 번째인 그의 내한공연은 매번 관객 동원 1위를 기록했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나 트럼펫과 작곡을 전공한 그는 라디오, 드라마 배경음악을 시작으로 500여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1960년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를 비롯해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시리즈’ 사운드 트랙으로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자리에 올랐다.
이후 영화 ‘미션’ ‘시네마 천국’ ‘러브어페어’ ‘언터처블’ ‘킬 빌2’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며 그래미상 2회, 골든 글러브 2회 수상에 이어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영화를 다 보고 제 공연에 올 필요는 없어요. 물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저의음악을 들어도 모리코네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그 영화의 장면까지 떠올릴 수 있길 바라지만, 제 음악의 대부분은 그 자체로 절대 음악의 구조를 갖고 있어요. 작곡가의 욕심이라면 영화를 모르고 와서 음악만을 즐기라고 권하고도 싶습니다. ”
그는 이번 공연에서 국내 100인조 모스틀리 오케스트라, 100인조 합창단과 협연한다. 이미 두 번의 내한공연에 동참해 찬사를 받았던 소프라노 수잔나 리가치와 이탈리아의 대표 피아니스트 질다 부타등 수석 연주자들도 동행한다.
“한국에서 처음 연주하는 것은 영화 ‘말레나’중의 두 곡입니다. 쥐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최근에 작업한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영화 ‘바리아’ 수록곡과 몇곡의 TV시리즈 주제곡도 포함할 예정이에요. 한국에서 ‘넬라 판타지아’가 인기라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원곡인 ‘가브리엘 오보에’는 꼭 들려드릴게요. ”그는 영화음악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영화감독과의 믿음’을 중시하라고 강조한다.
“함께 작업한 거의 모든 감독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죠. 다만 제가 먼저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의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 ‘쇼팽 같은 스타일을 원한다’는 등의 주문을 하는 감독과는 일하지 않아요. 감독들은 제 음악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믿음을 주고 받죠. 영화 ‘언터처블’ 작업 때였어요. 주인공을 위한 개선 행진곡을 쓰면서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곡은 절대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드 팔마 감독이 그 곡을 메인 테마로 사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화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 놀랐죠. 제 음악적 판단이 늘 옳은건 아니니까요. ”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