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시장친화성 평가] 포퓰리즘 덫에 걸린 '親시장'…한나라당도 경제이념은 '중도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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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이 없다보수정당인 한나라당도 친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좌파에 가까웠다. 자유기업원이 18대 국회가 시작된 2008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본회의에 올라온 84개 시장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투표 행위를 분석한 결과다.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지면 정당들은 '친서민'을 앞세워 '좌향좌'하는 추세와 일치한다.
시장친화지수 갈수록 약화…한나라·선진당도 50 밑돌아
갈수록 '反시장적'
감세 철회·무상복지…선거철만 되면 親서민 경쟁
자유기업원은 "시장 관련 법안 중 30%인 26번 이상 투표한 273명의 의원을 대상으로 찬반 성향을 일일이 분석해 지수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관련 법안들엔 수도권 외 지역에서 산업단지 등을 건설하는 사업을 할 때 개발부담금을 면제해주는 '개발이익환수법률 개정안'과 같은 친시장 법안부터 석유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지식경제부 장관에 보고하도록 해 가격을 정부가 통제한다는 지적을 받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처럼 반시장 법안이 고루 포함됐다.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보수당
정당별 시장친화지수는 한나라당이 가장 높았지만 지수는 43.8에 그쳤다. 50을 넘지 못해 중도좌파의 성향을 보였다는 게 자유기업원의 진단이다. 자유선진당이 42.2로 뒤를 이었고 △미래희망연대 39.0 △민주당 33.7 △민주노동당 25.0 순이었다.
사실상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30~40에 그쳤다. 자유기업원은 "경제적 이념 성향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 우파는 물론,중도우파 정당조차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8대 국회가 처음부터 반시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MB 정부가 들어서고 18대 국회가 개원한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자유기업원의 1차 평가 기간엔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우파 및 중도 우파 성향을 보였다. 이 기간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장친화지수는 평균 64.5를 기록했다. 자유선진당은 59.7로 60에 조금 못 미쳤으며 민주당도 47.5로 중도 성향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들만 평균 26.1이었다.
◆약화되는 친시장
의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반시장적으로 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민주당 등 모든 정당이 예외가 없었다. 자유기업원은 국회의원들의 시장친화성을 평가하기 위해 18대 국회를 △1기(2008년 5월~2009년 3월) △2기(~2009년 9월) △3기(~2010년 5월) △4기(~2011년 3월)로 나눠 지수를 냈는데 모든 정당의 시장친화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64.5로 가장 친시장적으로 시작한 한나라당은 △2기 32.4 △3기 29.4 △4기 28.9 등으로 결국 18대 국회 초기의 민주노동당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유선진당도 59.7에서 20.8로 급락했으며 민주당 역시 47.5에서 21.8로 떨어졌다. 26.1이던 민주노동당은 18.5로 더 낮아졌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실장은 "안보 등을 제외하고 경제 이념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엔 보수정당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친화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한 2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에서 중도실용으로 경제 노선을 선회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선거까지는 반시장 경쟁의 장1년가량 남은 18대 국회 기간에 의원들은 더 좌측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변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 · 27 재 · 보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이 민심 회복을 위해 친서민을 앞세운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립성향의 원내 지도부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MB 정부가 추진하던 법인세 · 소득세 추가 감세를 철회하고 △10조원의 복지예산을 만들며 △부분적인 전 · 월세 상한제와 이자제한법 등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친서민 기조로 가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할 것이란 얘기가 도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의원들이 이를 추진할 게 뻔하다.
여야가 포퓰리즘 경쟁에 나서면서 친시장보다는 포퓰리즘 정책과 법안들이 남은 국회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김재후/김동민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