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중국기업엔 노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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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노조가 없는 기업들이 많다. 임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고 파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오랫동안 이 장점을 누려왔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난달 상하이 트럭 노동자들의 파업을 거치며 무노조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갈등은 컨테이너 운송비용 상승에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기사들에게 떠넘겼다. 그 결과 기사들이 받는 컨테이너당 운임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상하이에서 물류 트럭 기사 중 80%가 파업에 참여한 배경이다. 기사들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이용해 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조가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당국에게 골칫거리였다. 당국은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 현행법상 파업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노동자들 누구도 대표로 협상에 나가기를 꺼려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내야 하는 사납금을 낮췄다. 이후 업무는 정상화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노동자들의 수입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방적 해결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단체교섭 등의 메커니즘이 없다면 비슷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처가 힘들 수밖에 없다.
중국 선전의 옌톈 물류항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2007년 봄 옌톈 물류항의 크레인 운전기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급여 수준에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요구했다. 결국 중국의 전국단위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한국의 노총격)의 지원 아래 단체교섭을 통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옌톈에서 파업은 발생하지 않았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노조가 더 나은 노사관계를 만든다는 생각이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있을 경우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는 파업이,노조가 없다면 노동자들의 유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도 최근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불안을 해소하고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과 사회취약 계층의 소득수준을 올려야 한다. 중국 정부도 파업을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소모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노조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홍콩의 한 대형 제조업체는 광둥성이 추진 중인 단체교섭 허용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광둥성 정부는 물론 중앙정부도 로비의 대상이었다. 많은 다국적기업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저비용' 장점이 무노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노동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수많은 파업으로 고생할 것이다. 중국은 빠르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다시 계획경제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면 단체교섭이라는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 글은 홍콩의 비영리기구인 중국노동회보(CLB)의 한둥팡 소장이 '중국기업에는 노조가 도움이 된다(Unions Are Good for Business in China)'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등팡 중국노동회보 소장 /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지난달 상하이 트럭 노동자들의 파업을 거치며 무노조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갈등은 컨테이너 운송비용 상승에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기사들에게 떠넘겼다. 그 결과 기사들이 받는 컨테이너당 운임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상하이에서 물류 트럭 기사 중 80%가 파업에 참여한 배경이다. 기사들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이용해 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조가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당국에게 골칫거리였다. 당국은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 현행법상 파업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노동자들 누구도 대표로 협상에 나가기를 꺼려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내야 하는 사납금을 낮췄다. 이후 업무는 정상화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노동자들의 수입이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방적 해결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모든 이해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단체교섭 등의 메커니즘이 없다면 비슷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처가 힘들 수밖에 없다.
중국 선전의 옌톈 물류항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2007년 봄 옌톈 물류항의 크레인 운전기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급여 수준에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요구했다. 결국 중국의 전국단위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한국의 노총격)의 지원 아래 단체교섭을 통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옌톈에서 파업은 발생하지 않았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노조가 더 나은 노사관계를 만든다는 생각이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노조가 있을 경우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는 파업이,노조가 없다면 노동자들의 유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도 최근 이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전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불안을 해소하고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과 사회취약 계층의 소득수준을 올려야 한다. 중국 정부도 파업을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소모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노조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홍콩의 한 대형 제조업체는 광둥성이 추진 중인 단체교섭 허용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광둥성 정부는 물론 중앙정부도 로비의 대상이었다. 많은 다국적기업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저비용' 장점이 무노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노동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수많은 파업으로 고생할 것이다. 중국은 빠르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다시 계획경제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면 단체교섭이라는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가 있다.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 글은 홍콩의 비영리기구인 중국노동회보(CLB)의 한둥팡 소장이 '중국기업에는 노조가 도움이 된다(Unions Are Good for Business in China)'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등팡 중국노동회보 소장 /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