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자본시장 개방" 요구…中 "투자장벽이나 낮춰라"

● G2 '전략·경제대화'

중국 對美 무역흑자 150억弗…美 "금리 추가인상" 촉구, '인권 개선'도 거세게 압박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간 전략 · 경제대화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개선,금리 자유화,자본시장 개방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중국은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과 대(對)중국 첨단제품 수출통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인권 개선해야 사회 안정"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나서 중국의 인권 개선을 압박했다. 바이든은 개막사에서부터 "우리는 인권 분야에서 강한 의견 불일치가 있다"고 강도 높게 몰아붙였다. 반정부 민주화 ·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이 여전하다고 겨냥한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이 국제적으로 약속한 대로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장기적인 (사회) 안정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 역시 "인권에 대한 우려는 역내 안정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염두에 둔 압박으로 해석됐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회의 뒤 중국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인권 문제를 또다시 거론했다.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발끈했다. 그는 "중국은 인권 개선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미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해 직접 보라"고 반박했다. 미국 PBS방송에 출연한 왕치산 부총리는 "중국은 아랍권에서와 같은 격렬한 시위(재스민 혁명)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위안화 절상 속도 높여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중국 측에 "좀 더 유연한 환율정책을 취하라"며 가파른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천더밍 상무부장(장관)은 "무역의 관점에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서방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며 "지난 3년간 중국의 무역흑자는 계속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 탓에 대중국 무역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의 지난달 무역흑자는 월 단위로 연중 최대인 114억2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의 1억4000만달러에 비해 100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150억달러에 달했다. 위안화 환율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회의 마지막날인 10일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민은행은 10일 기준환율을 달러당 6.495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이틀 연속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위안화 절상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첨단제품 수출통제 완화하라"

아울러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이 예금금리를 추가 인상해 소비 확대를 유도하라고 권고했다. 저축률이 높은 중국에서 예금금리 인상은 이자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또 미국 금융사와 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해마다 촉구해온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도 꺼냈다. 중국은 미국이 하이테크 제품 관련 수출통제를 완화해야 대중국 수출이 늘어난다는 논리로 맞받아쳤다. 왕 부총리는 "경제와 무역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첨단기술 제품 수출통제 완화,중국에 시장경제 지위 부여,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장벽을 낮추기 위한 시간표와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역공했다. 미국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첨단기술 제품 수출제한 품목은 2000여개에 달한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석유 및 통신 업계 등에 투자하는 게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거부해왔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 측은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과 부채한도 증액 여부도 따졌다. BBC는 이번 대화에서 어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양측이 상대방의 견해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