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워치] 기업銀, 물량 부담에 2만원서 '발목'

기업은행 주가의 2만원대 안착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내재가치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의 보유물량 매각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은행 주가는 지난 9일 450원(2.33%) 내린 1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2만550원까지 올라 2007년 7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2만2250원)에 근접했으나 이후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 거래일 동안 9.78% 하락했다. 기업은행이 2만원 전후에서 미끄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1일부터 20일까지 19.13% 급등하며 1만93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줄곧 내림세를 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정부가 보유한 기업은행 보통주는 총 발행주식 5억4600만주 가운데 3억7458만주(지분율 68.6%)다.

정부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50%+1주'를 남기고 나머지 22.1%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올해 잡아놓은 기업은행 지분매각 목표치는 7180억원이다. 주가가 6000원만 넘으면 정부가 목표로 한 세외수입은 거둬들일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은행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07년 7월 지분매각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엔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팔지 않았지만 주가가 2만원을 넘어서면 언제든지 다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분매각 주관사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언제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근 기업은행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분매각에 대한 정부의 욕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종력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장은 "기업은행 지분매각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지분매각에 따른 물량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평가한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국제회계기준(IFRS)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5134억원으로,지난해 분기당 평균 3000억원 수준에서 크게 '레벨 업'됐다"며 "일회성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이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