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자원개발 '드라이브'…그룹 조직 신설·전문가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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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시장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지난달 1일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서울 계동사옥에 출근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나세요.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
건설도 TF팀 구성…제철·자동차 시너지
정 회장은 해법으로 자원개발을 제시했다. 예컨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광산을 개발하고,이와 연관된 플랜트 등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도 함께 따내는 전략이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건설은 이달 초 사내의 자원공학 · 지질학 전공자들을 모아 자원사업을 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현대건설 자원확보전 가세
현대차그룹이 자원확보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 내 미래전략본부에 자원개발팀을 만들었고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건설까지 가세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도 원료 확보를 위해 해외 광산 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셈이다. 철광석 등 원료에서부터 중간재(철강),최종 완제품(자동차 · 건설)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의 사슬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의 요즘 행보를 보면 자원개발과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만 해도 올초 삼성물산 상사 부문 출신의 전문가를 미래전략본부 소속으로 영입했다. 투자 전략,인재 영입 등 자원 부문에 뛰어들기 위한 밑그림을 짜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도 뛰어들었다. 전무급이 이끄는 TF팀을 만들고,이달 초엔 사업목적에 자원개발을 추가했다. 호주의 자원개발전문업체인 BHP빌리턴 한국 지사 임원 등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미나도 가졌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시장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선 가장 적절한 수단이 자원개발이라는 점에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광산을 개발하면 그와 관련해 인프라건설이 필요할 것이고 더 나아가 배후도시를 전체적으로 설계하는 일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종의 동반진출형 자원개발 전략"이라고 평했다. 국내에선 STX그룹이 이 같은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가나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짓기로 한 STX건설을 통해 가나의 자원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TX의 셈법이다.
◆자동차 경쟁력 철광석이 좌우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동원해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물량공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삼성,LG,SK그룹이 각각 삼성물산,LG상사,SK네트웍스 등 계열 종합상사를 통해 오래 전부터 전 세계에서 원유 · 가스 · 광물 등의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데 비해 현대차그룹은 외환위기 당시 현대종합상사를 계열 분리하면서 자원분야에선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광산을 보유한 계열사로는 현대하이스코가 유일하며 구리 광산 한 곳에 지분 투자를 해놨을 정도다.
특정 계열사에 자원개발 임무를 맡기기보다는 계열사들이 함께 뛰면서 가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전략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자원전문기업인 현대자원개발을 신설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찾아와 상호간 협력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해선 자원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자원확보전에 투입하는 이유로 꼽힌다. 현대제철만 해도 철강제품의 원료가 되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경쟁사인 포스코의 자원 자급률은 30%가량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 산업팀장은 "자동차가 가격경쟁력을 갖추려면 원자재인 철강제품을 값싸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철광석 등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