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달러 팔고 金·엔화 늘린다…외환 다각화 가속도

신흥국가들이 외환 운용을 다변화하기 위해 엔화와 금 등의 구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들이 지난해 엔화를 전년에 비해 78.5% 더 사들였다고 밝혔다. 금 보유량도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80%,인도는 50%,러시아와 태국은 각각 20%씩 금 매입을 늘렸다. 미 국채 등 달러 자산 매입에 의존하는 데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신흥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지난해 심화된 유럽의 재정 불안 등을 계기로 달러와 유로 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지난달 국제신용등급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국채 신용등급의 장기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미 국채 대신 외국 기업이나 귀금속 등의 매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 통화별 구성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 비중은 62.1%에 달했지만 하반기에는 61.4%까지 떨어졌다. 엔화 비중은 하반기 3.81%로 전년 동기 대비 0.89%포인트 증가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금 매입량은 2만7220t을 기록했다. 1조2300억달러(1300조원)에 달하는 규모로,전년 대비 30% 늘어났다. 중앙은행들이 금 구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2년 만에 처음으로 순매입으로 돌아섰다. 1990년대에는 가격 변동이 심하고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순매도를 해왔지만 이제는 각국의 자금이 금으로 몰리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