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법정관리 인가 연기" 법원에 요청

동양건설도 연기할 듯…'헌인PF' 사태 장기화 조짐
ABCP상환 책임 놓고 우리-신한銀 대리전 양상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삼부토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인가 결정'을 미뤄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동양건설산업 및 채권단과 협의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채권단이 반대하지 않는 한 연기해 준다는 입장이어서 '헌인마을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부토건 "협상 시간 더 필요"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인가 연기를 요청한 것은 법원이 한 달 내 개시 결정을 내리는 관행 때문이다. 삼부토건은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냈다. 오는 12일(신청일은 산입 제외)까지는 철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삼부토건이 법정관리 인가 결정 연기를 법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채권단이 반대하지 않는 한 삼부토건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한 달 내 법정관리를 개시하라는 것은 훈시적인 규정일 뿐이어서 여러 사정을 감안해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 인가 시한을 닷새 앞둔 동양건설 역시 법원에 똑같은 요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건설과 삼부토건은 지금은 서로 뗄 수 없는 운명"이라며 "최소 1~2주간 추가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원이 일단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면 해당 기업들은 법정관리를 취하할 수 없다. 이를 벗어나려면 법원이 선임한 법정관리인이 회생 · 청산가치 등을 따져 별도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신한은행 대리전 양상

두 건설사와 채권단은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게 됐지만 헌인마을 사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주관사인 우리은행과 동양건설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간 대리전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기업어음(CP) 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상도 교착 상태다.

우리은행은 삼부토건이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내기로 하는 등 '성의'를 표시한 만큼 이제 공은 동양건설 쪽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동양건설이 매출채권이나 그룹 관계사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3000억원 정도를 신규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부동산을 담보로 7000억원을 조달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100억원 중 절반을 상환하기로 했다"며 "이제는 동양건설 대주주와 이 회사의 주채권은행이 대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등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이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동양건설은 담보 여력이 없는 데다 현금 흐름도 좋지 않아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연대보증 책임이 있고 자금 여력도 있는 삼부토건이 ABCP 상환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또 동양고속운수 등 관계사의 지급 보증에 대해 "동양고속이 상장사여서 지급보증이나 채무 인수가 쉽지 않은 얘기"라며 "동양건설 부실이 자칫 관계사로 전이될 위험도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재길/이고운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