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다섯 아들…제가 더 배웁니다"

● 11일 입양의 날 '국무총리 표창' 김덕근 코모텍 대표

1990년대 꽃동네 다녀온 뒤 '함께 사는 삶' 관심 갖게 돼…입양에 대한 편견 안타까워

"이게 상받을 일인가요. 오히려 제가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은 걸요.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살고 있는 김덕근 코모텍 대표(54)는 아들 부자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대원(14)과 초등학생인 대철(12) · 대건(7),유치원생인 기현(5)과 세 살 난 윤기(3)까지 모두 다섯이다. 김씨는 처음엔 딸 부자였다. 큰딸 수련(26)과 둘째딸 수지(19)는 이미 장성해 각각 화가와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다. 사실 대원부터 윤기까지 아들들은 모두 배가 아닌 가슴으로 낳았다. 일부러 아들만 골라 입양한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입양 부모들이 아들보다는 딸을 더 선호하다 보니 사내아이들은 좋은 부모를 찾기가 어렵다.

김 대표는 11일 '제6회 입양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1999년부터 5명의 사내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다 연장아(만 1세 이후 입양되는 아동) 입양부모 모임을 이끌며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인정받았다.

서울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기에서 정밀모터팀장까지 지냈던 그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사회적 성공이 지상 과제였다. 1997년 말에는 샐러리맨의 꿈인 창업도 이뤄냈다. 첨단모터 제조업체인 코모텍을 세운 것이다. 그랬던 그가 '함께 사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충북 음성 꽃동네를 다녀온 뒤부터다. 창업 초반 아내의 권유로 가톨릭 신자가 된 이후 꽃동네를 다니며 오웅진 신부의 강의를 듣고 봉사활동도 했다. 그 때 성공을 위해 뛰는 삶만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1999년 말 김 대표는 대철을 입양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수녀님이 한 아이의 입양가정을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지만 나서는 이가 없었다. 미혼모의 아들로 생후 2개월째라는 대철 얘기를 듣고 다음날 아내와 직접 보러갔다. 부부는 그 아이가 김 대표를 꼭 빼닮았다고 생각했다. 대철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코뼈가 부러지고 축구하면서 발이 부러지는 등 부모 속도 꽤나 썩였다.

김 대표는 신기했다.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저나 아내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두 딸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올해 입양을 결정한 기현과 윤기도 큰딸이 먼저 입양하자고 나섰다. 아이들과 함께 회사도 쑥쑥 커 나갔다. 작년 매출 100억원,순이익 21억원으로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LIG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들과 공동연구 및 납품 등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무척 안타깝다. "보통 입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꺼리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생각만 바꾸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제가 나이 오십 먹고 언제 놀이공원에 가볼 생각을 했겠습니까. 그런 소소한 것들이 살아가는 기쁨인 거죠."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