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페이스 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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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위썬 감독의 영화 '페이스 오프'는 1997년 개봉 당시 인간 정체성 논란을 불러왔다. FBI 요원 존 트래볼타와 청부테러범 니컬러스 케이지의 얼굴이 성형수술을 통해 서로 바뀌어 버린 탓이다. 테러범은 성형수술 사실을 아는 사람들을 모두 살해하고 FBI 요원 노릇을 한다. 요원의 얼굴을 한 테러범이 설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묘한 충격을 받았다.
홍콩 여배우 짱위치는 '송혜교 성형'으로 화제를 모았다. 송혜교의 외모를 선망해 성형수술을 받은 후 출연한 영화 'CJ7-장강7호'가 국내에 개봉되자 얼굴은 물론 분위기도 송혜교와 닮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계에선 페이스 오프가 낯설지 않지만 의학적 얼굴 이식은 간단치 않다. 얼굴 뼈와 근육,핏줄,신경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워낙 미세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동맥만 해도 얼굴 표면엔 안면동맥,내부엔 악동맥,혀에는 설동맥이 각각 가지를 쳐 분포하는 식이다. MIT의 얼굴인식기술 연구에 따르면 사람 얼굴 표정은 거의 무한대로 변할 수 있다. 얼굴 성형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800년께 고대 인도에선 코 성형수술을 했다고 한다. 간통을 한 사람들의 코를 베어내는 형벌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형 집행 즉시 의사들은 신체 다른 부위에서 적당히 살을 떼어내 잘려나간 코 부위에 접합하는 시술을 했다고 전해진다. 성형이 미용 중심으로 바뀐 건 근래의 일이다. 낮은 코를 높이고 두터운 입술을 얄팍하게 만들고 주걱턱을 깎아내고 잔주름을 제거하는 등 얼굴에 온갖 변형을 가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한다.
사고로 얼굴을 잃은 30대 스페인 농부가 지난해 전면 성형으로 새 얼굴을 갖게 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얼굴 전면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26세의 댈러스 윈스씨.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닿아 얼굴 전체가 녹아내리면서 근육과 신경 조직도 모두 파괴됐다. 90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지난 3월 이마 코 입술 피부 등을 기증받아 15시간의 대수술 끝에 '제 3의 얼굴'을 갖게 됐다.
의학적으론 대단한 개가지만 얼굴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링컨은 "사람은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불가의 '유심소작(有心所作)'도 비슷한 의미다. 수술로 만드는 외모보다는 훈훈한 마음씀으로 '좋은 얼굴'을 갖도록 하는 게 먼저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홍콩 여배우 짱위치는 '송혜교 성형'으로 화제를 모았다. 송혜교의 외모를 선망해 성형수술을 받은 후 출연한 영화 'CJ7-장강7호'가 국내에 개봉되자 얼굴은 물론 분위기도 송혜교와 닮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계에선 페이스 오프가 낯설지 않지만 의학적 얼굴 이식은 간단치 않다. 얼굴 뼈와 근육,핏줄,신경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워낙 미세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동맥만 해도 얼굴 표면엔 안면동맥,내부엔 악동맥,혀에는 설동맥이 각각 가지를 쳐 분포하는 식이다. MIT의 얼굴인식기술 연구에 따르면 사람 얼굴 표정은 거의 무한대로 변할 수 있다. 얼굴 성형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800년께 고대 인도에선 코 성형수술을 했다고 한다. 간통을 한 사람들의 코를 베어내는 형벌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형 집행 즉시 의사들은 신체 다른 부위에서 적당히 살을 떼어내 잘려나간 코 부위에 접합하는 시술을 했다고 전해진다. 성형이 미용 중심으로 바뀐 건 근래의 일이다. 낮은 코를 높이고 두터운 입술을 얄팍하게 만들고 주걱턱을 깎아내고 잔주름을 제거하는 등 얼굴에 온갖 변형을 가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한다.
사고로 얼굴을 잃은 30대 스페인 농부가 지난해 전면 성형으로 새 얼굴을 갖게 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얼굴 전면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26세의 댈러스 윈스씨.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닿아 얼굴 전체가 녹아내리면서 근육과 신경 조직도 모두 파괴됐다. 90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나 지난 3월 이마 코 입술 피부 등을 기증받아 15시간의 대수술 끝에 '제 3의 얼굴'을 갖게 됐다.
의학적으론 대단한 개가지만 얼굴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링컨은 "사람은 40세가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불가의 '유심소작(有心所作)'도 비슷한 의미다. 수술로 만드는 외모보다는 훈훈한 마음씀으로 '좋은 얼굴'을 갖도록 하는 게 먼저 아닐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