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절정·행복…장미꽃으로 풀어냈죠"
입력
수정
● 서양화가 박현옥 씨 개인전
"장미는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정열적인 아이콘입니다. 꽃과 대화하면 그 자리에 저절로 '행복 우산'이 펴지거든요. "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서양화가 박현옥 씨(56 · 금호전기 고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교단 생활,회사 업무 탓에 그림 그릴 엄두도 못냈지만 늦깎이로 시작해 꽃,소나무 등을 그리며 미술 인생을 달려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박명구 금호전기 부회장의 부인.이화여대 의류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했고,2000년 초 금호전기에 입사해 홍보 디자인 분야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상품에 감성 코드를 접목해 제품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화가를 '제2의 인생'으로 선택한 것은 40대 중반.교수직을 접고 '2막 인생'을 연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어린시절부터 미술에 푹 빠졌던 그는 집안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접었다가 교단에서 자리를 잡고 난 다음 붓을 들었다. 시카고,홍콩,LA,싱가포르 국제아트페어 등에도 참가했다.
"꽃은 자연의 순환과정에서 정점을 의미하지요. 밤새도록 꽃그림에 빠져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요.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무슨 그림이냐'며 쏘아붙이던 남편도 이제는 '정말 잘 선택했다'며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는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꽃을 보면 캔버스에 담고 싶고,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세월이 잠시 멈춘 것처럼 활기가 돌고 집중력이 생긴다"며 "서울 청운동에 작업실을 차려 놓고 하루 10시간 이상 꽃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7년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에스파스 퀼튀르'(문화공간)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그린 장미는 흔한 꽃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평범한 꽃을 그리는 것은 인간이 절정(성공 · 행복)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화가가 되면서 제 관심을 끈 주제는 '자연의 순환과 교감'입니다.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주제지만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사례는 많지 않거든요. "물감을 두툼히 쌓아 질감을 만들어낸 작품에서는 생동감이 넘친다. 은은한 고전미와 세련된 현대미가 융합된 꽃 그림은 분청사기의 색조를 기본으로 원색을 곁들여서인지 여유와 절제의 품격도 느껴진다. "머릿속에 추억의 파편이 떠오르는 대로 그린 것입니다. 신비한 환영과 내밀한 속삭임을 그린다고나 할까요. "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는 '행복의 향연'을 주제로 그린 장미꽃 20여점이 걸렸다. (02)730-35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