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는 먼저 인출…영업정지 전날은 막차"

부산저축銀 특혜인출 수사 확대
대전저축銀, 3주간 2010년의 10배 빠져나가
부실검사 대가로 그랜저 받은 금감원 직원 체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그룹 영업정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동성 점검에 들어간 지난 1월25일부터 영업정지 정보가 외부로 누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그룹인 부산 · 대전저축은행은 2월17일,부산2 · 중앙부산 · 전주저축은행은 2월19일 영업정지됐다. 하지만 실제로 예금인출은 1월 말에 이미 시작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분석대로라면 영업정지 전날 인출자들은 '막차'를 탄 셈이다.

◆검찰 "몸통은 먼저 인출해갔다"

검찰에 따르면 가장 '발빠르게' 인출해간 예금주 중 하나는 그룹 대주주 경영진들이다. 실제로 박연호 그룹 회장은 영업정지 3~7일 전 부인 명의의 정기예금 1억7100만원을 중도 해지해 인출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빨리 인출해 간 사람이 나중에 인출해 간 사람보다 (정보 누출 경위 파악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으로 1월25일 이후 5000만원 이상 예금을 찾아간 사람들로 특혜인출 수사를 확대하기로 하고 계좌추적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우 기획관은 "건당 인출액이 5000만원 미만이라도 총합이 5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는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1월25일에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신건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저축은행의 경우 영업정지 전 20일(1월28일~2월16일)간 영업시간 동안 빠져 나간 금액은 하루 평균 186억원(총 2047억원)으로 전년 동기 평균액 67억원의 2.8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시간 외 인출금액 차이는 더하다. 2011년 영업정지 전까지 20일 동안 하루 33억원이 영업시간 외에 빠져나갔다. 이는 2010년(평균 3억9000만원)의 10배다.

◆부실 눈감고 1500만원짜리 승용차

보해저축은행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호경)는 2009년 보해저축은행 검사를 부실하게 해주는 대가로 1500만원 상당의 그랜저 승용차(중고품)를 받은 혐의로 금융감독원 검사역(3급) 김모씨(43)를 11일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보해저축은행 및 부산저축은행에 보험회사에 다니는 아내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험 가입을 강권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 외에도 2009년 보해저축은행 검사에 관여했던 검사역(2급) 정모씨는 부실검사 대가로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당시 검사반장으로 3억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부국장 출신 이모씨는 지명 수배 상태다. 이외에도 검찰은 브로커를 통해 3억원을 받은 혐의점이 포착된 한 금감원 간부를 수사선상에 올려 놓은 상태다. 검찰은 "다른 금감원 직원들의 연루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사채업자들이 1300억원을 보해저축은행에 예금하게 주선하는 대가로 약 48억원을 받은 '브로커' 박모씨를 구속하는 등 보해저축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브로커들을 속속 사법처리하고 있다.

또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에서 잠적한 삼화저축은행 대주주 이모씨가 보해저축은행에서 2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것으로 이날 알려져 검찰이 용처 및 행방을 쫓고 있는 상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