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강형철 감독 "드라마 흐름 해치지 않으면서 웃음 끌어낸 게 인기 비결"

개봉 7일만에 100만 돌파 '써니' 강형철 감독
강형철 감독(사진)의 영화 '써니'가 개봉 1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써니'는 학창시절을 함께 한 '일곱 공주'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데뷔작 '과속스캔들'로 한국 코미디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830만명)을 세웠던 강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써니'는 '과속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감정과 유머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저는 '키득'거릴 정도의 유머를 넣었다고 생각했는 데 관객들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웃더군요. 유머 수위를 잘못 조절한 듯 싶습니다. 하하."극중 7명의 여고생들은 다른 학교 라이벌들과 '욕 배틀'을 펼친다. 여주인공 은경이 빙의 들린 듯한 흉내를 내자 라이벌 여고생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난다. 7공주파의 두 앙숙은 립스틱을 짙게 바른 채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화해한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막장 드라마'를 보던 출연진들은 극중에서 일제히 야유를 보낸다. 이 모든 장면들에서 장내는 웃음바다가 된다. 웃음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그의 솜씨가 뛰어난 것이다.

"웃음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분석해서 설명하지 못한다는 얘기죠.다만 감각적으로 체화돼 있습니다. 좋은 영상을 많이 보면서 자라난 덕분이죠.드라마를 해치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웃음을 이끌어내려고 시도한 게 먹혀든 겁니다. "

강 감독은 일곱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두개의 플롯을 하나의 감정선으로 엮었다. 음악도 튀지 않고 드라마에 잘 녹아들게 삽입했다. 특히 동일 인물의 성인과 아역에 대한 싱크로율을 높였다. "성인과 아역에 닮은 배우들을 찾느라 대부분의 신인들을 오디션 했습니다. 정말 많더군요. 캐스팅한 배우들에게는 서로간에 동일 인물임이 느껴지도록 정확한 연기를 요구했습니다. 가령 대장 격인 춘화 역의 진희경과 강소라는 외모가 비슷한데다 개성도 시원시원합니다. 은경 역 유호정은 우아하지만 소녀적인 면모가 있는데 그녀의 아역인 심은경은 소녀 그 자체지요. "

극중 일곱 공주들의 행보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여고시절,누구보다 건강했던 춘화는 현재 질병으로 가장 먼저 죽을 처지다. 발랄하던 금옥은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살며,행복하던 복희는 불행해지고 말았다. 소녀시절,자신에게 영상편지를 썼던 은경은 각박한 현실에 갖혀 있다. 이런 여성들의 얘기를 쓴 작가는 강 감독 자신이다.

"여성들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일곱 공주들을 남자들로 치환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인물을 설정한 뒤 상상력을 동원해 그의 행동을 추적했어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