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수의 '지상유전' 승부…3공장 준공한 날 4공장 착공

● GS칼텍스, 亞최초 첨단 고도화 설비 가동

총 3조3000억 투자
아스팔트 같은 저급油, 30弗 비싼 등유ㆍ경유로

창사 후 최대 프로젝트
2013년 4공장 완공 땐 고도화 비율 35% 넘어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날씨가 맑아져 참 다행입니다. "

GS칼텍스 제3 중질유분해시설 준공식과 제4 중질유분해시설 기공식이 함께 열린 12일,행사 시작 시간보다 1시간여 앞서 전남 여수공장을 찾은 허동수 회장은 하늘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1991년 석유화학공장 준공식 이후 20년 만에 여수에서 열린 대규모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박준영 전남지사,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아시아 최초의 첨단 설비

"2008년부터 총 3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제3,제4 중질유분해시설은 GS칼텍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입니다. " 여수 2공장 입구에 간이 천막으로 마련된 1200㎡(360평) 규모의 준공식장에서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던 허 회장은 이 대목에 이르자 한껏 목에 힘을 줬다.

GS칼텍스는 2006년 9월 프로젝트팀을 구성한 뒤 2008년 10월부터 설비 건설에 나서 3년 만에 하루 생산량 6만배럴 규모의 제3 중질유분해시설을 완공했다. 정식 명칭이 VR HCR(감압잔사유 수첨분해시설)로 아스팔트와 같은 초중질유를 배럴당 30달러가량 비싼 등 · 경유로 만들 수 있어 '지상 유전'으로 불린다. GS칼텍스의 VR HCR은 아시아에선 최초,세계적으로도 셸 BP 등에 이어 7번째의 최첨단 정유 설비다. 이 회사는 이 시설에 창사 이래 최대인 2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단일 공사 중 최대 규모다. 공사에 쓰인 배관 길이만 서울~여수 왕복 거리인 670㎞,케이블은 그 4배가 넘는 2800㎞에 이른다. 시멘트는 아파트 3000가구에 들어가는 양이 투입됐다.

◆국내 최고 고도화율

이날 여수 공장에서는 제3 중질유분해시설 준공식과 함께 하루 5만3000배럴 규모의 제4 설비 기공식이 함께 열렸다. "하나 둘 셋" 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허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첫 삽을 뜨자 5대의 중장비가 파일을 박는 소리가 땅을 흔들었다. GS칼텍스의 고도화 프로젝트는 1990년대 초반,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셰브론에서 연구원을 지낸 '미스터 오일' 허 회장의 안목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벙커C 등 중질유에 대한 수요가 선박,공장용 등으로 충분한 시절이었지만,향후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 등 · 경유 등 경질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해 장기 계획 수립에 나섰다.

GS칼텍스는 1995년 하루 9만4000배럴 규모의 제1중질유분해시설을 완공한 데 이어 2007년엔 6만1000배럴을 처리하는 제2시설을 가동,고도화비율을 21.8%로 높였다. 이번 제3 설비로 고도화율은 28.3%로 에쓰오일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으며,제4 설비가 완공되는 2013년에는 35.3%까지 올라가 1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녹색성장을 위한 투자허 회장은 "중질유분해시설은 중질유를 친환경 경질유로 전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은 줄이게 돼 그 자체로 녹색성장기술"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부터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회장을 맡으면서 녹색성장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설비 건설 과정에서 환경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토양오염을 막기 위해 모든 배관과 시설을 지상에 설치했으며,폐수처리시설 및 대기오염 방지시설 등에 총 3700억원을 투입했다.

이날 기공식을 가진 제4 중질유분해시설은 유동상촉매분해(VGO FCC)방식으로,대기중으로 배출되는 황화합물을 한 해 7만t가량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 측은 제3 설비로 한 해 6억달러,제4 설비까지 완공되면 연간 10억달러의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여수=조재희/김동욱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