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무산되나] 외환銀 매각 끝없는 표류…국민·HSBC 이어 또 불발 가능성

론스타 '먹튀' 논란 이어 카드 주가조작에 '발목'
인수계약 24일 시한…양측 계약 연장할 지 주목
외환은행 매각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정부는 12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지분 51%를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방안을 당분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론스타와 이달 말까지 매각 절차를 끝내려고 계획했던 하나금융에 '무기한 연기'는 사실상 '불가' 통보나 다름없다는 것이 금융계 전망이다. ◆'헐값 매각'논란에 빠진 외환은행

외환은행이 이처럼 팔려다니는 운명이 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시작점이었다. 당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통상 은행의 건전성 판단 기준인 8%를 넘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사겠다고 나선 것이 론스타다. 정식 금융회사가 아니라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다른 인수 주체를 찾기가 어려웠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6.16%로 봤다. 또 은행법 예외 조항에 따라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줬다.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 주식을 시장가격(주당 3700원)보다 높은 주당 5400원에 샀다. 이때만 해도 '어쩔 수 없는 정책적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던 론스타 문제가 한없이 표류하게 된 것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 HSBC와도 계약 깨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불편한' 국민감정과 이른바'먹튀'논란은 이후로 외환은행 매각의 발목을 번번이 붙잡았다. 2005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내놨을 때 하나금융과 국민은행 HSBC 등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손들었다. 2006년 3월 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그해 5월엔 지분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국민은행이 계약대금 납입을 미뤄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07년에도 HSBC에 지분 51.05% 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법원 판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기됐다. 2008년 2월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것 때문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수 승인을 연기했는데 9월 금융위기가 닥치자 HSBC에서 '못 하겠다'고 포기한 것이다.

2009년 말부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자 다시 여러 금융회사가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였다. 산은금융 KB금융 농협 등이 각각 '입질'을 했지만 금융당국의 부정적 태도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호주 ANZ은행이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했지만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뚝심에 밀려났다.

◆하나금융 대규모 소송 우려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무기한 연기함에 따라 하나금융은 대규모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조6889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2조4553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3353억원,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1200억원이다. 하나금융은 특히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전제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또다시 연기함에 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하나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신뢰도 저하에 따른 예금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손실액을 하나금융은 3조5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은 4조7000억원의 자금을 우리금융 인수 등에 활용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상은/조재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