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보유자산 파악한 후 목표수익부터 설정…내게 맞는 랩 고르는 법

보수성향은 '시장금리+α' 수익 상품 바람직

지난해부터 시작된 랩어카운트의 선풍적인 인기는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며 증권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5300억원에 불과하던 주요 증권사의 주식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최근 10조원 수준에 육박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으며,그 과정에서 랩어카운트는 맞춤형 자산관리의 필수상품으로 중요성과 활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나에게 맞는 랩상품 고르는 법

최근 증시가 변동성 장세에 돌입하면서 시장에 출시된 다양한 랩상품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르는 일이 중요해졌다.

랩어카운트의 선택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먼저 자신의 보유 자산을 파악하는 일이다. 주식,펀드,채권 및 예금,현금자산,부동산 등으로 나눠 보유 자산의 위험도를 파악하고 향후 자금 사용 계획에 따른 유동성을 점검해야 한다. 이어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범위를 고려해 목표수익을 설정한다. 투자의 기본은 기대수익과 위험의 균형적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투자자의 목표수익에 따라 선택 가능 상품이 달라지게 된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자신의 위험 성향에 맞게 기대수익을 조절해가며,'시장금리+α'의 수익 달성이 가능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랩어카운트라고 하면 주식랩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펀드랩,ETF랩,자산배분랩,하이브리드랩 등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자신의 자산 규모와 목표수익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랩서비스를 선택한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에 고객자산의 운용,자문사 선정,리스크 관리 등의 모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일임계약을 체결할 증권사 선정이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자문형 랩은 자문사가 포트폴리오 자문을 맡고,운용사(증권사)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상품이다. 같은 자문사의 주식랩 상품이라도 증권사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도 많다. 상품의 운용을 담당하는 증권사의 운용역이나 관리자의 과거 실적 및 평판,경력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자문사 내에서도 차별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문사별로 운용철학이나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시황에 따라 수익률의 쏠림 현상이나 부침이 심한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판매사가 다양한 랩서비스를 취급하고 있는지도 핵심적인 점검 사항이다. 랩어카운트의 가장 큰 강점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산이나 랩상품을 편입,변동성 위험은 낮추고 수익성은 높이는 효과에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그만큼 이익 창출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해외 투자랩에 가입할 경우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투자자에 대해선 38.5%의 종합소득세율 대신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돼 절세효과가 있다. 따라서 법률적인 측면의 혜택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 편의를 위해 일부 증권사는 법률 세무상담 등의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가입 때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면 랩서비스 가입만으로 법률 자문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랩 투자 시 유의할 점

랩어카운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문형 랩의 실제 성과는 코스피지수 움직임과 크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비중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의 속성 때문이다. 특히 하락장에서는 그만큼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 제약이 덜하다는 점은 랩어카운트의 장점이다. 동시에 안정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부 증권사에서는 개별 종목 편입 비율을 20%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주식형 랩이라도 상품마다 운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률만 따지기보다는 자신과 투자 성향이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예컨대 자신의 성향이 가치투자자인지,공격적 투자자인지를 판단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투자자는 상품 가입 전 증권사가 책임있는 판매사로서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가 자산 운용에 합리적 제한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증권사가 과거의 실적을 보여주며 같은 수준의 수익율을 제시하거나 보장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럴 경우 오히려 해당 판매사의 수익률 부풀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랩 투자를 처음으로 고려 중인 투자자라면 되도록 자체적인 소비자 보호나 리스크관리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형 증권사와 거래하는 것이 좋다. 자문형 랩 상품이 단기간에 급성장 하다 보니 관련 법령이나 제도의 정비가 아직까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도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투자자를 위한 법적 장치나 제도가 조속히 마련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사의 품질 관리가 선행된다면 '나만을 위한 자산관리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 simonmun@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