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비전 2025' 발전 전략] 안보연구소 설립·발전기금 1조 조성…다시 뛰는 '한국의 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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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생물학·공학·뇌과학융합 연구병원도KAIST가 최근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딛고 2025년까지 세계 초일류 과학기술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마련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17일 오후 대전 본교 대강당에서 개교 40주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전략 'KAIST 비전 2025'를 선포할 예정이다. 비전 2025에는 안보연구소 및 연구병원 설립, KAIST판 노벨상프로젝트 가동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비전은 △전인적 융합형 교육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창의적 연구 △화합과 협력을 통한 발전 △지속 성장하는 KAIST 구축 등 크게 네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행사에는 정부, 국회, 산업 · 연구계, 재학생 및 학부모 등 1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사·박사 후 연구원 성과 내면 교수 채용 검토
◆MIT 등 벤치마킹 안보연구소 설립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안보연구소 및 임상연구중심병원 설립 계획이다. 안보연구소 벤치마킹 모델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링컨 랩',존스홉킨스대의 '어플라이드 피직스 랩' 등이다. KAIST는 안보연구소를 네트워크 중심의 미래전쟁에 대비한 보안관제시스템 및 암호통신기술에 특화할 방침이다.
연구중심병원(메디컬연구소)은 환자 대상 치료가 아닌 시스템생물학-공학-뇌과학 융합연구 및 임상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사후적 치료가 아닌 사전적 질병예측 및 진단 ·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리적 설계(소비자의 요구를 공학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설계)의 창시자인 서 총장이 어떤 서비스 모델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KAIST는 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같이 갓 졸업한 박사 혹은 박사후연구원(post-doc)을 채용해 5년간 독립적 연구를 수행하게 한 후 성과를 봐서 교수로 채용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우수 연구인력을 활용하는 '객원연구원제'도 신설할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녹색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1순위로 추진된다. 실제로 온라인전기차(OLEV) 등 전략분야뿐 아니라 지난주 서 총장이 유럽에서 베를린공대,덴마크공대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모두 녹색기술이 주제다. ◆최정예 연구자집단 전폭 지원
인류가 아직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는 'big question(거대한 질문)'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사이언스지가 2005년 창간 125주년을 맞아 인류가 해결해야 할 25가지 '빅 퀘스천'을 제시한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것으로, 일명 'KAIST판 노벨과학상 수상 프로젝트'다. KAIST는 먼저 김은성(물리학과) · 이지오(화학과) · 김은준(생명과학과) 교수 등 3명을 최정예 연구자집단(supreme research station · SRS)으로 지정하고 전폭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초고체(supersolid)분야의 선도연구자 김은성 교수는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이지오 교수와 김은준 교수는 각각 '건강과 유전자의 관련성은 무엇인가''피부세포가 신경세포로 바뀔 수 있는 이유는'이라는 질문의 해답에 도전할 예정이다. KAIST는 향후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 분야에서 '빅 퀘스천'을 확대 발굴하고 국내외 우수 대학원생 및 박사후연구원을 '슈프림 탤런트(supreme talent)'로 지정해 SRS로 편입하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서남표 효과'살려 기금 유치 강화KAIST는 이른바 '서남표 효과'로 불리는 외부 기금 유치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등 재외 우수 연구자 및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해외 KAIST 발전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로부터 발전기금 1조원을 조성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또 KAIST 자회사 격인 연구소 기업을 2025년까지 100개 설립해 기술사업화 성공으로 발생하는 로열티 수입금의 80% 이상을 기금화해 대학에 재투자하는 '리필형 연구기금'을 조성,운영하기로 했다.
또 학생들이 학과를 넘나들며 과목을 선택해 스스로에게 특화된 맞춤형 시간표를 짤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고, 학부 때부터 대학원생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연구하며 배울 수 있는 '다빈치형 융합 교육프로그램'이 도입된다. 다방면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유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게 목표다.
공학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글로벌 마인드를 키울 수 있는 '글로벌 멀티캠퍼스' 사업도 추진된다.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연구기관과 상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 하버드대, 중국 칭화대 등 해외 우수 대학과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