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IT '주도株 만년 후보' 딱지 떼나

반도체 업황 기대에 삼성전기 사흘새 6.8%↑
기관, LG전자 등 저가 매수…외국인 동참이 관건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정보기술(IT)주들이 선전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 주도주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주도주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IT주로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다. IT주는 순환매가 일어날 때마다 '반짝 강세'를 보이지만 번번이 반등이 무산되며 주도주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던 탓에 이번 강세가 본격 상승세로 이어질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달쯤 구체화될 IT주의 2분기 실적 전망과 외국인의 매수 가담 여부가 주가 움직임을 결정하게 될 요인으로 꼽힌다.

◆'IT 소외주'들도 속속 반등IT주는 낙폭이 컸던 탓에 주기적으로 한 번씩 반등을 모색하는 특징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LG전자 삼성전기 등 IT업종 내에서도 소외됐던 종목이 반등 중인 게 이전과 뚜렷하게 달라진 점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정체 양상을 보이던 LG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12.1% 급등했다. 지난 13일 종가는 11만5500원으로 2월25일(11만7000원) 이후 두 달 반 만의 최고 수준이다. LED(발광다이오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업종 내에서 가장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기도 9일 10만2500원을 저점으로 사흘 만에 6.8% 뜀박질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업종 주요 종목의 상승 탄력도 커지고 있다. D램 가격이 작년 12월 이후 5개월 만에 1달러 선을 회복했다는 소식에 하이닉스가 최근 1주일 새 6% 넘게 올랐고 삼성전자도 13일 91만6000원으로 하루 만에 3.5% 급등했다. 또 지난 한 주 동안 LG디스플레이(4.6%) 삼성테크윈(3.3%) 삼성SDI(1.3%) 등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기전자업종지수는 2.9% 올랐다. ◆실적 개선 기대…"이번엔 다르다"

IT주들이 실적 부진에 따른 조정을 충분히 겪은 데다 주요 상품가격 반등으로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이번에는 주도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학 등 기존 종목들이 주도주 자리를 내주진 않겠지만 1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 연구원은 "반면 추정치가 집계되는 반도체 업체들의 2분기 순익이 4조3000억원대로 1조9000억원 선이던 1분기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저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에 이어 TV용 LCD 패널 가격이 20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디스플레이 업황 역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널 가격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된 가운데 성수기에 진입하고 있어 당분간 패널 업체들의 주가도 오름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매수 재개 여부 주목

이번 반등이 기존 주도주와의 수익률 격차 메우기 이상의 의미를 가질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관이 저가 매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5484억원) LG디스플레이(1707억원) LG전자(1648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248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LG디스플레이도 주요 순매도 종목 중 하나다. 기관의 IT주 매수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던 IT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비중 조절이 완료된 후엔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해외영업팀 관계자는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외국인은 내달 IT업종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나오기 시작하면 본격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